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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저격수' 공정위, 오답노트 놓고 채점?
류세나 기자
2020.11.20 08:00:52
'내부거래' 기업 리스트 공개하고 후속조치 없어···시간 걸리더라도 정교하게 접근해야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09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떠든 사람: ○○○, △△△, □□□….'

교실 칠판 한켠에 적혀 있는 수업 진행을 방해한 학생들의 이름, 어린 시절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급에선 이름만 적을 뿐, 이에 따른 별다른 제재를 하진 않는다. 상벌보단 학생들에게 경각심, 공포심을 주기 위한 의도로 적어 놓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1년부터 매년 집계·발표하는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도 '떠든 사람' 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이다. 시장 질서를 훼손한 사람은 있지만 제재를 받는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마저도 과징금 처분이 대부분이다. 실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정식 도입된 2013년 이래 공정위 조사를 거쳐 혐의자가 실형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다. 


현 정부가 재벌개혁 가운데 가장 크게 강조하는 기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다. 그런데 공정위가 매해 내놓는 자료만 놓고 보면 비양심, 비도덕적인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최근 공개한 자료만 봐도 올해 '사익편취 규제대상(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사·30% 이상인 상장사)' 기업 210곳 중 작년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법인이 무려 10개사(4.8%)다. 규제 기준인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이거나 연간 내부거래액 200억원을 넘는 회사까지 헤아리면 78개사(37.1%)가 현행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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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적용시, 규제 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사각지대 회사'의 거래내역까지 합치면 기준치를 넘어서는 계열거래를 하는 기업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야말로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재벌 저격수' 공정위가 잠잠하다. 


이유인 즉, 이렇다.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넘기더라도 사익 추구를 위한 목적이 아닌 공정한 절차와 합리적 가격의 거래라면 '정상거래'로 본다는 것이다. 사익편취 제재는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정상거래보다 비용을 과다·과소 적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정상적인 내부거래라면 전체 매출의 100%를 차지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앞서 언급한 내부거래 기준 위반 기업 '78개사' 중 대부분은 '무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에 공개되는 수치는 정상거래를 포함한 전체 거래 규모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수학자라고 하더라도 개별기업 안에 들어가 보지 않고선 각 기업이 내놓은 지표로 부당거래 여부를 판단할 순 없다.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해선 내부거래를 하지 않았을 때 들어가는 비용(정상가격)을 산정해야하는데, 해당 업체 관계자나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이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그저 규제 기준을 넘어선 숫자만 보일 뿐이다. 


기업들은 '오늘도 아니면 말고식' 공정위의 업무방식에 허탈감을 호소한다. 오답이 잔뜩 섞인 정보를 공개하고 이후 뒤따르는 이미지 타격은 기업의 몫이다. 


재계에선 한화 사례를 들며 자조 섞인 소리로 '먼저 매를 맞고 터는 게 낫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최근 한화는 2015년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아온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내부거래 근거로 판단할 수 있는 통상적인 정상가격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게 '무혐의' 결론의 변이다. 


올해 조사대상은 64개 기업집단, 총 1955개 법인이다. 기업들은 매년 5월 말~6월 초 사이 제출받는 대기업집단 연1회 공시를 통해 내부거래 규모를 공개하고, 공정위는 이를 취합·정리해 매년 11월께 발표한다. 수천여개 기업에서 오고가는 거래 중 부정내역만 뽑아내기엔 물리적으로 한참 부족한 시간이다. 


조금더 늦게 발표하면 어떤가. 아니 매년 발표하지 않고 격년으로 발표하면 어떤가. 적어도 기업들이 억울한 꼬리표를 달지 않게 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채워 놓고 국제 경기에 내보낼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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