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 노사가 오는 27일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파업 위기를 일단 넘겼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카카오 노조가 대화보다 파업 카드를 앞세우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시선이 나온다. 나아가 카카오가 올해를 카카오톡 AI 에이전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신사업 추진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파업 찬반 투표는 이미 가결된 상태이며 카카오를 제외한 4개 계열사는 당장이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카카오 본사 역시 27일 2차 조정이 결렬될 경우 쟁의권을 확보해 창사 이래 첫 파업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합의로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이 확인된 상황에서 카카오 노조가 27일을 앞두고 파업 카드를 거두지 않는 것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주가가 52주 고점 대비 약 40% 이상 낮은 수준에서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주주 가치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시장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결국 합의안을 도출한 상황에서 카카오 노조가 끝까지 강경하게 가는 건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밍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카카오는 올해를 카카오톡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부터 톡 내 대화에서 시작해 결제까지 완료되는 에이전트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올해를 AI 수익화의 분기점으로 강조한 바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신규 AI 기능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 등 계열사 사업에도 크고 작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노조는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성과급 규모가 핵심 쟁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재원 전체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 재원이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임단협 교섭과 별개로 경영 쇄신·고용 안정·공정한 성과 보상·보편적 노동환경 구축 등 4가지 공동 요구안에 대한 교섭도 별도로 요구할 방침이다. 다만 공동 요구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거쳐 완성한 뒤 공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27일 2차 조정까지 양측의 간극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만큼 IT업계 노조도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AI 산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고용 불안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급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그리고 노동조합이 돈만 추구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카카오톡 등 핵심 서비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제조업과 달리 플랫폼 서비스 특성상 단기 파업만으로 서비스가 즉각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참여 범위가 넓어질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톡은 메신저를 넘어 결제·인증·쇼핑·예약 등 생활 전반과 연결돼 있어 장애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경우 파장이 클 수 있다.
앞서 2022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전반이 멈췄을 당시 '일상이 멈췄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특성상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삼성전자 파업보다 오히려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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