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이달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을 돌아보며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중국 기업이 많았다'거나 '눈에 띄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더 선명했던 것은 그들이 이제 더 이상 값싼 제조 역량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전시장 곳곳에서 중국 기업들은 로봇과 인공지능(AI), 통신 인프라, 스마트 디바이스를 하나의 흐름처럼 묶어 보여줬다.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생태계까지 함께 설계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읽혔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아너(Honor)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AI가 탑재된 '로봇 폰'을 공개했다. 카메라 모듈이 작은 로봇 팔처럼 움직이며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샤오미(Xiaomi)는 자사의 첫 하이퍼카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와 AI 가전을 연결하는 통합 생태계 구상을 제시했고, 화웨이(Huawei)는 메인 전시장인 1홀을 가득 채우며 산업별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은 딤섬을 요리하고 서빙하는 로봇들이 운영하는 로봇 레스토랑 콘셉트의 전시관을 꾸렸다. 태블릿으로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들이 만두 접시를 쟁반에 올리고 컵에 차를 따르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술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단순히 기술 사양을 나열하는 대신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장면으로 구현해냈다. 로봇은 걷고 춤추고 음식을 만들며 사람과 상호작용했다. 스마트폰 역시 화면 속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반응했다.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경험하게 만드는 전시였다. 전시의 완성도만 놓고 봐도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관람객의 시선을 어떻게 붙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현장에서 보인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개별 회사 몇 곳의 성과로만 보기 어려웠다. 로봇 하드웨어 기업, 통신사, 플랫폼 기업, AI 모델 개발 역량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 가까웠다. 한 기업이 센서를 만들고 다른 기업이 모델을 고도화하며 또 다른 기업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실증하는 식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단순히 한 회사의 기술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추진력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지점에서 조금 불편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AI를 말하고 로봇을 이야기하며 네트워크의 미래를 논한다. 하지만 각 분야의 강점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별 기술의 수준과 별개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묶어내는 힘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잘하는 기업은 있지만 그 역량이 국가 차원의 산업 드라이브로 체감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물론 전시장은 본질적으로 '과장'의 공간이다. 화려한 시연이 곧바로 상용화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비용 구조는 맞는지, 보안과 신뢰성 문제는 없는지 따져봐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이번 MWC에서 확인한 중국의 존재감은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한때는 단순히 빠르게 따라오는 경쟁자로 여겼다면 이제는 새로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플레이어로 봐야 할 시점에 가까워졌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기업들의 속도다. 기술 하나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전시하고 실험하며 사업화 가능성까지 밀어붙이는 템포가 월등히 빠르다.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 내수 시장을 통한 실험이 맞물릴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이번 행사에서 압축적으로 본 셈이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 경쟁은 결국 연구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판가름 난다.
중국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며 든 생각은 단순했다. 무서운 것은 사람 수나 전시 규모가 아니다. 기술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집요함, 그리고 그것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는 실행력이 더 위협적이다. 놀랐다는 감상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제는 감탄이 아니라 대응을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