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지난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수천개씩 날려 보낼 때마다 시민들은 '발견 시 절대 접촉하지 말라'는 재난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건 역설적으로 풍선 안에 화학 독가스가 있는지 우리가 바로 알 길이 없다는 방역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오물이라서 다행이었다는 안도가 아니라, 다음엔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수연 정록 대표는 인터뷰 중 한 때 전국을 긴장케 했던 '오물 풍선 사태'를 회상하며 운을 뗐다. 북한은 2024년 30여차례에 걸쳐 7000여개의 오물풍선을 살포한 바 있다. 당시 군 당국은 일부 풍선에서 특정 지점 투하를 위한 GPS와 발열 타이머 등 정밀 장치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이전받은 '유연 플라즈마 직물' 기술의 상용화가 국가 안보의 필수 과제임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밝혔다.
정록이 보유한 이 기술은 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물질 상태'인 플라즈마를 활용한다. 우주의 99%를 차지하지만 지구에서는 오로라나 번개 형태로만 볼 수 있다. 이 강력한 에너지를 '유연한 담요'나 '플라즈마 필터' 형태로 구현해낸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과거 스텔스기 모형에 에너지를 가했을 때 번개 같은 빛이 확산되는 장면을 본 순간, 이 기술이 화생방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직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제독 방식은 독한 화학 약품을 뿌리고 닦아내는 '습식'이라 장비 부식은 물론 작업하는 병사들이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컸다"며 "유연 플라즈마는 번개로 균을 제거하는 '건식'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오염된 장비 위에 담요를 덮거나 모듈을 가동하기만 하면 제독이 완료되는 것이다. 정록은 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전원 장치를 초소형·저전력으로 경량화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연구개발에 매진해 왔다.
특히 정록은 ADD의 원천 기술을 이전받은 후, 실제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스펙을 표준화하는 고된 과정을 거쳤다. 넓은 면적을 빠르게 제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정록은 전원 장치를 획기적으로 축소하면서 성능도 향상하는데 성공했다. 전시에 배터리만으로도 구동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이 계량 기술은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 특허를 출원하며 정록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공인받았다.
이러한 정록의 기술은 전차와 전투기를 넘어 우리 일상으로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국방 기술이 민간으로 전이되는 이른바 '스핀오프(Spin-off)'의 성공 사례다. 이 대표는 "현재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에 시범 적용돼 실내 공기 전체를 살균·탈취하는 공조 시스템으로 활약 중"이라며 "악취가 심한 폐기물 처리 공장에서는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는 대기 오염 저감 장치로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의 하수 종말 처리장에서 인 성분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력이 입증돼 수질 개선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성공적인 민간 상용화를 거친 정록의 최종 목적지는 다시 '군(軍)'이라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검증된 기술을 다시 국방 무기 체계에 적용하는 '스핀온(Spin-on)' 전략을 통해 국가 안보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향후 정록은 자율주행 로봇 기술인 '슬램(SLAM)' 기반의 지도 맵핑 기술과 플라즈마 제독 기술을 융합할 계획"이라며 "병사가 투입되기 전 로봇이 먼저 오염 지역을 탐지하고 제독하는 지능형 화생방 대응 체계를 구축해 무기 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이 주로 3년 미만 초기 창업 기업에만 쏠려 있어, 정작 대규모 사업화를 앞둔 10년 차 강소기업들은 투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뼈아픈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대표는 "국가 안보를 책임질 '유니콘 방산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 대기업과의 협업과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연구개발이 끝나고 본격적인 양산과 점프업이 필요한 시점이 가장 위험하면서도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록은 스케일업 팁스(Scale-up TIPS)와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며 3년 내 상장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은 완성됐지만 본격적인 양산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대표는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제독 기술 역시 핵심 국가 자산"이라며 "당장 눈앞의 비용보다는 미래 안보 주권을 위한 투자 관점에서 방산 스타트업을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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