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신동국 한미사이언스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의 경영 간섭을 지적하며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영권 분쟁 당시 박 대표가 모녀 측 편에 섰던 점을 고려했을 때 송영숙 회장과 신동국 이사의 대리전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최근 사내 전산망에 신 이사의 경영 간섭을 지적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앞서 박 대표는 신 이사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신 이사의 부당한 경영 간섭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입장문에서 "녹취를 언론에 공개하는 건 정말 긴 고민 끝에 결정한 것"라며 "대표이사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현재의 상황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고 50여년 간 어렵게 지켜온 한미약품의 기업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임직원들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제약산업의 본질을 바탕으로 책임있는 조언과 논의가 이뤄지기를 특정 대주주께 직간접적으로 요청드렸다"며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저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오고 또 온전하게 부여된 저의 대표로서의 권한 행사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그간에 이뤄졌던 신 이사의 경영 간섭 문제가 이번 성추행 가해자 비호 문제로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현재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지난해 1월 봉합했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송영숙 전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신 이사, 한양정밀, 킬링턴 유한회사는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으며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행사를 비롯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Offer) ▲동반매각참여권(Tag-along right)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13일 기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신 이사다. 신 이사는 개인이 보유한 22.98%와 한양정밀이 가진 6.95%를 합해 총 29.83%(2040만4220주)를 가지고 있다.
신 이사의 개인지분이 늘어난 배경은 코리포항 외 5인으로부터 441만32주를 취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총 2137억원 규모로 전액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번 거래는 오는 3월27일(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과 6월1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64만2543주, 276만7489주가 거래될 계획이다.
코리포항은 코리그룹의 자회사로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회장이 지배하는 곳이다. 앞서 임 회장은 2025년 9월 한미사이언스 주식 234만1814주를 코리포항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넘겼다. 여기에 임 회장과 그 배우자, 자녀들이 보유하던 주식 일부도 이번 거래에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송영숙 전 회장(3.84%)과 임주현 부회장(9.15%), 그 특별관계인들의 지분을 합하면 총 24.24%다. 여기에 킬링턴 유한회사가 보유 중인 9.81%를 더하면 34.05%다. 신 이사가 임종윤 회장의 지분을 추가 매집했지만 여전히 모녀 측이 앞선다는 평가다.
이에 오는 3월 열리는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재현 대표와 박명희 전무, 윤영각 사외이사(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 회장), 김태윤 사외이사(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 윤도흠 사외이사(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 등 전체 이사회 멤버(10명) 중 절반이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한미사이언스로 41.42%로 가지고 있다. 더불어 신 이사와 한양정밀이 9% 가량을 보유 중이다. 만약 모녀 측과 신 이사의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 될 경우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동국 이사가 임종윤 회장 측 지분을 넘겨 받으며 최대주주 자리를 공고히 했다"며 "다만 현재 지분율상으로는 모녀 측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기에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될 경우 소액주주와 국민연금(6.64%)의 표심을 잡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동국 이사는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지분 매입을 경영권 분쟁과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임종윤 사장이 요청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징계나 조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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