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CJ제일제당이 주력제품들의 잇단 담합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작년부터 '설탕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이어온 가운데 검찰까지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며 칼날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공정위가 최근 '밀가루 담합'에 대한 조사까지 착수하면서 CJ제일제당의 숨통을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3사는 지난해부터 설탕 담합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다.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3사는 최근 수년간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담합 규모는 조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사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와 더불어 검찰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통상 공정위 조사가 끝난 뒤 고발을 거쳐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공정위 조사가 마무리되기 전 검찰이 먼저 움직였다. 검찰은 공정위에 두 차례에 걸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고발장을 접수했고 공정위 압수수색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한 검찰은 지난 9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본사를 직접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주요 관계자들의 신병 확보를 시도했으며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원 각각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계에서는 검찰이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임원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에 리니언시(Leniency) 제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자진신고한 기업에 과징금과 형벌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검찰은 1순위 신고자에 대해 기소를 면제하고 2순위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량을 50% 감경하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공정위도 1순위 신고자에 대해 과징금 100% 면제, 2순위는 50% 감경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3개 기업 임원 모두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리니언시 제도가 적용된 결과로 유추해볼 수 있다"며 "담합 사건은 내부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당국이 자진신고 제도를 통해 내부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각 사가 이미 자진신고를 마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니언시 관련 사항은 비밀유지 대상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공정위와 검찰의 리니언시 제도는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기관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 조사와 함께 이번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담합 행위에 관여한 최종 의사결정자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지난달 중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전·현직 대표급 임원 A씨와 B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리니언시 제도로 담합 구조가 깨지면 누가 먼저 신고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결국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설탕 담합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가운데 이번에는 밀가루 담합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CJ제일제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밀가루 업계의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대상에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주요 제분사 7곳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은 설탕과 밀가루 모두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국내 설탕시장 점유율은 약 40%, 밀가루 소매시장 점유율은 약 59.7% 수준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앞서 2007년에도 설탕 담합 사건으로 약 2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담합 구조를 지목하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만큼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두 핵심사업 부문에서 동시에 담합 조사가 이뤄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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