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지난해 대형 저축은행들의 자산 순위가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여파가 자산 규모에 영향을 미치면서 순위 변동폭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부동산PF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였던 금융그룹 계열 저축은행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여파가 컸던 곳들은 순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규모 기준 상위 30개 저축은행 중 전년대비 순위가 바뀐 곳은 21개사로 나타났다. 1~5위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는 전년도 동일한 순위가 유지됐지만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순위가 달라진 셈이다.

◆DB·하나, 10위권 진입…NH·BNK도 4~5계단 약진
DB저축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업권 자산순위 9위에 올랐다. 지난해말 자산 규모는 2조7076억원으로 전년보다 11.0% 증가했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3149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아 건전성 관리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점이 자산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나저축은행은 자산 규모 2조2956억원으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대비 3.8% 증가하면서 순위도 세 계단 올랐다. 하나저축은행의 10위권 진입에는 전년까지 9위와 10위였던 상상인저축은행과 OSB저축은행이 자리를 내어준 영향도 컸다.
NH저축은행은 지난해 자산규모가 2조6945억원을 기록하며 순위가 18위에서 13위로 올랐다. 자산규모 성장폭은 크지 않았지만(3.3%) 기존 상위 저축은행들 다수가 자산이 줄어든 영향이다. 부동산PF 대출 부실이 불거진 이후 관련 대출 취급을 중단하고 적극적인 부실자산 털어내기에 나섰던 것도 자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BNK저축은행은 지난해 자산규모 순위가 전년대비 4계단 오른 20위로 나타났다. 자산규모는 9.6% 증가한 1조9437억원으로 포트폴리오상 자산부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BNK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은 1097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10.3%에 그친다. 부동산PF 연체율 역시 4.9%로 업권 내에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은행금융지주계열인 신한저축은행, KB저축은행, IBK저축은행은 모두 전년과 동일한 순위를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자산규모 축소폭이 크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그룹 계열 저축은행은 위험도가 낮은 사업을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 지난해의 부정적 업황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라며 "그룹의 리스크관리 하에 일부 저축은행들은 성장세가 이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OSB·상상인, 10위권 밖으로…페퍼저축, 1년만에 자산 1.8조 줄어
OSB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은 급격한 자산 축소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OSB저축은행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2조3034억원으로 전년대비 16.5% 감소했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자산 규모가 16.5% 줄어든 2조3763억원으로, 순위가 10위에서 12위로 하락했다. 부동산PF 부실여파와 더불어 매각 추진 과정에서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산 규모를 빠르게 줄인 영향이 컸다.
페퍼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곳으로 꼽힌다. 자산 규모 순위는 한 계단(6위→7위) 떨어지는데 그쳤지만 자산 총액은 전년도 4조7188억원에서 지난해 2조8913억원으로 38.7% 감소했다.
모아저축은행도 지난해 자산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곳 중 하나다. 모아저축은행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2조303억원으로 전년대비 21.3% 감소했다. 이외에 대신·키움·JT·우리금융·예가람저축은행 등이 자산 축소로 순위가 아래로 밀린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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