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중소형 저축은행인 '조은저축은행'이 업황 부진에도 순이익 기조를 유지해 눈길을 끈다. 부동산 프로젝프파이낸싱(PF) 규모를 줄이고 가계대출 중심으로 대출자산을 늘린 덕분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심의 영업권역(영업구역)을 갖고 있는 만큼 대출 전략 변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은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56억원으로 전년대비 5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업무이익(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9.3% 늘어난 1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업계의 수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혔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64억원으로 전년보다 15.6% 줄었다.

눈길을 끄는 건 업황 부진에도 순이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51억원이던 조은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21년 81억원, 2022년 67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영향 탓에 2023년 37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당시 저축은행 79곳의 총 순손실이 56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 총자산순이익률은 지난해말 기준 1.10%로 통상 1%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은 대출자산 증가 덕분이다. 조은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출채권 잔액은 4799억원으로 전년대비 20.6% 늘었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출자산 증가를 꾀했다.

조은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부동산 업종 관련 대출 잔액은 1428억원으로 전년(2290억원) 대비 37.6% 감소했다. 전체 여신(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7.5%에서 29.7%로 축소됐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44.6% 증가한 138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2%에서 28.7%로 9.5%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줄면서 건전성 지표도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조은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9.49%로 전년 대비 2.52%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13%포인트 오른 7.86%를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조은저축은행이 대출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자신들의 강점을 잘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조은저축은행은 자산총액 5381억원, 자기자본 613억원으로, 규모만 보면 중소형 저축은행에 속한다. 하지만 서울을 영업권역으로 갖고 있다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가계대출 확대에 용이하다.

또 저축은행업계 실적 악화의 원인인 부동산 PF 부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영업권역인 서울의 경우 부동산 시장 경기 악화 영향이 제한적인 탓이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서울에서 영업하는 저축은행은 지방과 비교했을 때 부동산 PF 부실화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며 "또 가계대출 수요도 서울에 몰려있어 신규 고객 취급 등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업종 관련 연체율 상승은 옥에 티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조은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 관련 연체율은 14.1%로 전년(7.83%)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대출 잔액이 줄면서 연체액의 모수가 줄어든 영향 때문이다.

업계에선 업황 부진에도 조은저축은행이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이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매각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조은저축은행은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SC Lowy)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SC로이는 지난 2020년부터 조은저축은행의 매각 의사를 밝혀 왔다. 하지만 SC로이는 2021년과 2023년 매각 추진 당시 모두 조은저축은행 자기자본의 1.5배를 웃도는 1000억원 내외의 높은 매각가를 제시해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업계에선 조은저축은행이 순이익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서울을 영업권으로 둔 저축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가 산정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인 SC로이의 전략이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