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저축은행중앙회가 설립을 추진 중인 NPL(고정이하여신) 전문회사의 초기 자본금을 보수적으로 잡고 장기적으로 몸집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했다. 우선 초기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해 향후 1000억원까지 불리겠다는 구상이다. 저축은행들로부터 대규모 자본금을 출자받기보다 전체 업권에서 소규모의 자본을 십시일반해 출범시켜 초기 비용을 분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하는 만큼 사업 초기에 저축은행중앙회의 NPL 전문회사가 매입할 수 있는 채권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목표 자본금 달성을 위해서는 저축은행이 직접 매각하지 못하는 부실채권을 사들여 이익을 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오는 6월 안에 자본금 100억원으로 NPL 전문회사를 설립해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당초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NPL 전문회사를 설립해 총 1조원의 부실채권 수요를 자체적으로 마련할 구상이었지만 초기 자본금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저축은행들이 NPL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출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분위기가 퍼지자 우선 회사 설립을 위해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초기 자본금을 계획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들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NPL 회사의 자본금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개별 저축은행의 출자금 부담을 줄이면서 업권 전반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초기 출자금을 자본금 목표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잡았다.
NPL 전문회사는 자기자본의 10배까지만 NPL을 매입할 수 있어 자본금을 줄일 수록 자산 한도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중앙회의 NPL 전문회사의 자산 한도는 1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NPL 전문회사의 출범 자체에 의미를 둔 셈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출범하자마자 1조원 규모의 NPL을 매입해야 할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자본금을 늘리면서 자산도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 업권의 전체 NPL 규모를 3조7000억원 규모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2조원을 NPL 전문회사와 공동펀드,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경공매의 대안으로 제시한 NPL 전문회사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선 추가 출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NPL 전문회사의 유의미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저축은행의 부실을 흡수하는 것을 넘어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저축은행중앙회의 NPL 전문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며 긍정적인 배당 전망을 보이는 등 순조롭게 경영될수록 저축은행도 적극적으로 추가 출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NPL 전문회사가 NPL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업계의 자산 부실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채권의 소유주만 이전되는 상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경우에도 NPL 자회사인 MCI대부의 자산 한도가 찰 때마다 자본금을 추가로 출자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새롭게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NPL회사는 결국 수익성이 있는 NPL을 매입해 매각이익을 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효과적으로 운영될 경우 저축은행 업권의 부실을 외부로 흘리지 않고 잘 털어낼 수단이 되겠으나 NPL 전문회사가 통상 경기 흐름과 금리 기조를 타는 만큼 긍정적으로만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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