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임종훈 대표 형제의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다. 이사회 정원이 꽉 채워진 상황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등을 해임하기 위해선 20% 이상의 추가 의결권이 필요한 까닭이다. 더불어 한미사이언스가 가진 의결권 행사를 두고 대주주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라데팡스파트너스)과의 이견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달 19일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임시주총 안건은 ▲박재현 사내이사(대표이사 전무) 해임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이사 선임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이사 선임 등이다.
이번 임시주총은 형제 측이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동시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신청했던 대주주연합에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대주주연합 측 박재현, 신동국 이사를 해임시키고 우군인 박준석 부사장, 장영길 대표로 그 자리를 대체함으로써 한미사이언스에 이어 한미약품 이사회도 장악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 지배구조상 형제 측이 의도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법상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한미약품 지분율은 41.42%(530만6121주)다. 박재현, 신동국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선 20% 이상의 의결권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다음으로 주식이 많은 주주는 국민연금(9.43%, 120만8444주), 신동국 회장(7.72%, 98만8597주) 순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올 11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때처럼 의결권을 분리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많은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실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대주주연합이 제안한 정관개정안은 58%가량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나아가 한미약품의 경우 한미사이언스와 다르게 이미 이사회 정원 10명이 채워진 상황이어서 박재현, 신동국 이사를 해임하지 못하면 박준석 부사장, 장영길 대표의 선임이 불가능하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박재현, 신동국 이사의 해임안 반대 의견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평가원 등 국내의결권 자문사 4곳은 이달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한 보고서에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 반대' 권고를 담았다. 앞서 이달 6일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두 곳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해당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온전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관심이다. 대주주연합과 형제 측이 의결권 행사를 두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대주연합 측은 이사회 결의 없이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대다수 주주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달 3일 수원지방법원에 임 대표의 한미약품 의결권 행사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임 대표의 한미약품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령이나 정관, 이사회 규정에 대표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소집된 임시주총인 만큼 어떠한 법적, 절차적 흠결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본안 소송이 예상된다"며 "분쟁과 법적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이고 이에 대한 피해는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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