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올해 4분기 가계대출을 통한 이익창출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은 연초 경영계획의 가계대출 총량을 크게 넘긴데다 증가폭도 은행권에서 가장 큰 탓이다. 이에 내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에 불이익을 받을 위험도 제기된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연초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각각 5조원 규모의 가계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 이 경우 올해 4분기 실적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3분기까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도 대출이 급증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지만, 이 같은 효과를 4분기에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누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작된 뒤로 가계대출 총량 증가세는 다소 진정된 상태다. 하지만 이미 총량 계획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대출 조이기를 연말까지 이어갈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규모를 각각 115조4000억원, 120조5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경영계획(정책대출 제외)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1일 기준 경영계획 대비 실적 비율은 우리은행 376.5%, 신한은행은 155.7%에 달했다. 이는 4대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 은행이 당초 계획을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줄여야 하는 가계대출은 최소 4~5조원 수준이다. 사실상 1개분기치의 가계대출 증가분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두 은행은 중도상환해약금 면제와 대출 제한을 병행해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중도상환해약금을 면제하고 신용대출 9종의 최대 대출 한도도 연소득 내로 제한한다. 신용대출 12종에 대한 비대면 채널 판매는 연말까지 중단한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전까지 실행된 가계대출에 대해 중도상환해약금을 11월 한달간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 9월부터 주담대 만기도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여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이와 함께 주택 신규 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무주택 세대에만 허용 중이다. 기존 1주택자의 주택 처분 조건부 주담대도 취급하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페널티까지 언급하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고 있어 기조에 발맞추려는 것"이라며 "올해 가계대출을 줄여두는 것이 내년 페널티 적용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대출 연간계획을 맞추지 못한 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예고한 바 있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출 증가폭이 가팔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급증한 가계대출을 다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4분기 실적 기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순식간에 수조원대 대출이 상환될 경우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당장 이달 면제하는 중도상환수수료만 해도 신한은행은 0.7~1.4%, 우리은행은 0.6~0.14%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이자이익 증가의 이유로 은행 원화대출 성장을 꼽았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 2조8550억원 가운데 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78%에 달한다. 이같은 이자이익 성장세는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 증가로 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3분기 은행의 원화 대출자산은 전분기보다 3.1% 증가했다. NIM이 4bp 내렸지만 은행 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1.3% 늘었다.
우리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3분기 NIM은 1.40%로 전분기보다 7bp, 전년동기대비 15bp 떨어졌지만, 가계대출이 전분기보다 5.8%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이자이익은 1조88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3%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4분기 가계대출 총량이 줄게 되면 실적 영향도 불가피하다"면서도 "4분기 순이익이 줄더라도 올해 1~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해 온 만큼 연간 실적은 지난해보다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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