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KCC가 실리콘 자회사인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의 상장 불발로 촉발된 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산 처분에 나선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C는 보유 주식 등 금융자산을 활용한 재무안정성 제고를 타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 HD한국조선해양 지분 등 그동안 쏠쏠한 투자 수익을 안겨 줬던 알짜자산이 처분 대상으로 거론된다.
6월말 기준 KCC는 삼성물산 지분 9.57%(1700만9518주), HD한국조선해양 3.91%(276만3962주)를 보유 중인데, 올해 상반기에만 각각 2126억원과 1048억원의 평가이익을 봤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2조5072억원, HD한국조선해양 주식 가치는 4820억원에 달한다.
KCC의 이 같은 움직임은 모멘티브의 기업공개(IPO) 무산이 야기한 대규모 차입과 무관치 않다. 앞서 KCC는 2019년 모멘티브를 인수할 당시 3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모펀드 SJL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올해 5월 전까지 뉴욕증시 입성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상장이 불발되면 SJL이 KCC에 모멘티브 지분 공동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 Along)과 KCC가 지분 매각을 안할 경우 SJL 보유지분을 되사는 콜옵션(되사올 수 있는 권리)이 붙었다.
그 결과 KCC는 지난 5월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잔여지분을 전량 취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영업이익(3125억원)보다 많은 4060억원을 지출해야 했는데, 올해 3월 말 기준 보유현금(1조836억원)의 약 40%를 투입하는 대신 외부 조달로 해결했다. 실제 KCC는 하나은행 등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에 이 회사의 올 상반기 채무증권 발행액 역시 1조9900억원(기업어음(CP) 8100억원, 단기사채 6000억원, 회사채 5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00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 늘어나면서 이자비용 역시 불고 있다는 점이다. 올 6월까지 KCC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1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KCC 역시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HD한국조선해양 지분 매각,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등을 추진하게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인수로 발생한 차입금과 이자비용 등의 완화를 위해 다양한 금융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금리가 인하되거나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는 등 금융 시장이 우호적일 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모멘티브는 지난해의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 현재 실적이 회복되고 있으며, 건자재와 도료 등 기존 사업부 실적도 양호한 상황"이라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지속적으로 재무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CC가 보유한 순차입금은 6월말 기준 4조2315억원으로, 이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AA-, 안정적)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다. 등급 변동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를 밀어 올릴 수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KCC의 순차입금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5.5배 이상일 경우 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6월 말 기준 4.5배였던 KCC의 순차입금/EBITDA는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