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대형 연예기획사 하이브의 4000억원 전환사채(CB) 차환 추진을 두고 관련 업계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회사 소속 연예인들의 사생활 논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논란 등이 겹치며 발행 후 셀다운(Sell down, 인수후 재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는 하이브가 새로 발행할 CB 중 1000억원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조합 결성을 추진하다 최근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하이브 관련 논란이 대중에게 확산하자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를 운용하는 A사와 B사는 최근 하이브 CB에 투자할 1000억원 규모의 공동위탁운용(Co-GP) 펀드를 결성하기 위해 다수의 LP와 접촉 중이었다. 펀드의 설정일은 10월 2주차로 만기는 설정일로부터 4년이다. 해당 CB에 투자할 예정이던 펀드의 기준수익률(IRR)은 7%이며 이를 초과한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출자 받은 자금은 하이브의 4회차 사모 CB 일부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이브는 오는 10월 중 4회차 사모 CB를 4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 주관은 같은 규모의 3회차 사모CB와 동일하게 미래에셋증권이 맡는다.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며 표면금리(쿠폰금리)와 만기이자율 모두 0%인 소위 '빵빵채권'이다. 전환가액은 현주가 수대비 20%가량 할증이 붙으며, 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리픽싱)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없다.
금리가 없음에도 발행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삼파전을 형성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최근 주식자본시장(ECM) 딜 건수가 줄어들면서 모처럼 등장한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딜 소싱을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발행주관사 선정 과정이 치열했지만 향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셀다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미 일부 투자자가 투자 유치 논의를 중단한 만큼 하이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아서다.
가장 최근엔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해임했다. 지난달 27일 아이돌 '뉴진스'가 소속된 자회사 어도어의 이사회를 열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일부 팬들이 민 전 대표의 임기를 보장하라는 공개서한을 하이브에 보내는 등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방시혁 의장과 소속 가수들의 사생활 논란이 중첩되며 하이브의 CB가 시장에 제대로 유통될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그간 멀티레이블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방탄소년단(BTS)에 의존하던 매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점점 안정적인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회사와 관련된 논란이 확산하며 시장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현재 CB 차환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답변을 아꼈다. 올해 상반기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16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339억원에서 올해 65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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