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격상시키며 조직 무게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로보틱스 임원 비중의 가파른 증가세는 이를 방증한다. 특히 기술 중심 조직에서 디자인, 지능형 소프트웨어, 고객 경험(CX)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실무 체제로 전환하며 로봇 상용화를 위한 '드림팀'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단순 기술 연구개발(R&D)을 넘어 실제 수익화 모델로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 2021년 첫 로보틱스 임원 1명 선임, 2025년 말 4명으로 증원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에서 로보틱스 사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은 총 4명이다. 세부적으로 ▲현동진 로보틱스랩장 ▲제승아 로보틱스CX팀장 ▲최리군 로보틱스사업실장 ▲주시현 로보틱스지능개발실장이다. 전체 미등기임원(386명) 대비 로보틱스 담당 임원 비중은 1% 수준으로 높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 로보틱스 담당 임원이 전무하던 5년 전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변화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2020년 말 현대차 미등기임원은 377명이었지만, 로봇 관련 사업을 전담하던 임원은 한 명도 없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사업에 처음 발을 내디딘 시점은 2009년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경기 의왕에 위치한 연구센터에 그룹 미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중앙연구소를 개소하고, 미래 모빌리티 선행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했다. 로보틱스 관련 연구는 인간편의연구팀 내 로봇파트장이 담당했으며, 중앙연구소를 총괄하는 상무급 임원이 이 조직을 지휘했다.
로보틱스 사업은 2017년 새롭게 꾸려진 현대차그룹 전략기술연구소(의왕) 산하 융합기술개발팀으로 이관됐다. 전략기술연구소는 정보통신(IT)과 인공지능(AI), 신소재, 에너지, 로보틱스, 공유경제 등 미래 혁신 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18년 밝힌 5대 신사업 육성 계획에 따라 로보틱스팀을 신설했으며, 2019년 기존의 로보틱스팀을 로보틱스랩으로 격상시켰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에서 임원을 선임한 것은 2020년 말 단행된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에서다. 로보틱스랩장(실장)을 맡던 책임매니저 직급의 현동진 랩장이 상무로 승진한 것이다. 특히 로봇 부문 첫 임원 배출이 현대차그룹이 미국 보스터다이나믹스 투자를 집행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로보틱스를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 기술 개발 넘어 수익화·소프트웨어·서비스 등 상용화 박차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 관련 임원들의 전문성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로봇 개발의 기술적인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현동진 상무는 '웨어러블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의 제자로, 로보틱스 기술의 정통성을 상징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 통합을 주도하는 현 상무는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피지컬 AI 구현의 핵심이자, 로보틱스의 단계적 사업화를 이끌 사령탑이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사업실장인 최리군 상무는 기술 개발보다는 수익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봇 제품의 시장 진출 전략부터 가격 책정, 고객사 확보, 글로벌 파트너십 등이다. 최 상무는 아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기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 기술정책관과 르노삼성자동차(현 르노) 상품기획 경력을 쌓았으며, 2004년 현대차에 입사해 차량 및 로봇 기술 전략 담당으로 20년 가까이 근무했다. 특히 2023년부터 현대차 로봇 기술 전략 및 운영 업무를 맡기 시작한 최 상무는 2024년 1월 임원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딴 주시현 상무는 한양대 컴퓨터공학 학사와 카이스트 전기공학 석사를 각각 취득했다. 주 상무는 현대차에 합류한 2011년부터 소프트웨어(SW)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2020년 로보틱스SW파트장, 2022년 로보틱스지능SW팀장 등을 거쳐 2025년 로보틱스지능개발실장으로 발령 받았다. 물리적 기계 장치인 로봇을 자율적인 주체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AI 기술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로봇의 '뇌'를 설계하는 주 상무는 독자 기술 고도화는 물론, 양산성 확보라는 과제를 수행 중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1월 로보틱스랩에 합류한 제승아 상무는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을 '인간 중심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화여대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제 상무는 글로벌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컨티뉴엄과 삼성중공업에서 디자인 전략 업무를 수행했으며, 2015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디자인전략팀장과 현대제네시스디자인이노베이션실장을 역임한 제 상무는 로봇을 단순한 장비가 아닌, 인간의 삶을 보조하는 '공감' 서비스로 진화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내 로보틱스 담당 임원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보틱스랩의 결실이 양산 및 보급 단계에 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주요 제조 거점에 로봇 투입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가속화를 견인할 생산 담당 임원이나, 자율주행과 피지컬AI를 통합 관리할 고위급 전문가도 영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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