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전력망 병목 문제가 심화되면서 분산형 전력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요·시장 중심의 분산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하고 전력 시장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는 등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권영희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산업분산에너지 과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전력망과 에너지 안보'를 주제로 개최한 '2026 딜사이트 한-미 전력망포럼(MAEGA)'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전기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전력망이 전기의 시대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전력망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 산업·수송 부문의 전기화가 가속되면서 전력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정도로, 미국(22%), EU(21%) 등에 근접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당히 빠르게 늘어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국내 원전 및 화력 발전기 대수는 2015년 548대에서 2023년 590대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반면 신재생 발전기는 2015년 약 1만4000대에서 2024년 15만대로 늘었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향후 재생에너지 비중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과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전력망에 연결이 할 수 있을지, 또 그런 것들을 서포트하는 망 체계로의 전환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다.
재생에너지 발전기들이 호남 등 남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전력을 수용할 망 용량이 부족해 접속 대기 물량이 쌓이거나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 제어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시장 기반 전력수급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우리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력 시장제도를 혁신하고 있다. 실시간 전력 가격을 반영하는 동적 요금제와 수요 반응을 활용해 전력 사용을 조절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력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고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분산형 전력망 구축도 핵심 정책으로 제시됐다. 에너지저장장치(ESS), 가상발전소(VPP), 마이크로그리드 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와 수요 자원을 통합 관리하고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전남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하고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돼 있지만 전력망 부족으로 활용에 제약이 큰 지역이다. 권 과장은 "배전망 혁신에 올해 11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으로 추가 선로 건설 없이도 태양광 접속 대기 물량을 수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력 시장 구조 개편도 병행된다. 분산특구를 중심으로 발전사업자와 수요자간 직접 거래를 허용하는 등 경쟁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산업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 혁신을 위한 한미 협력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내 스타트업과 인재들이 미국의 성공 사례를 학습할 수 있도록 스탠퍼드, UCLA 등 유수 대학과의 공동 프로젝트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공급망을 구축한 점을 활용해 ESS와 전력망 안보 분야에서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권 과장은 "지금은 전기가 없으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기"라며 "전기를 얼마나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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