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광미 기자] 조용한 행동주의를 표방해온 VIP자산운용이 대원산업을 상대로 공개 반대 의결권 행사에 나섰다. VIP운용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상장사 주주총회 안건에 제동을 걸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13일 VIP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닥 상장사 대원산업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냈다. VIP운용은 운용 펀드를 통해 보유한 대원산업 지분 2.99%(59만9927주)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VIP운용은 최준철·김민국 대표가 이끄는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로 꼽힌다. 두 대표는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SMIC)' 활동을 계기로 투자에 입문한 뒤 지난 2003년 VIP투자자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가치투자 전략을 시작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에 영향을 받아 "가치투자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가치투자는 본질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VIP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지난달 말 기준 10조6736억원까지 늘었다.
VIP운용의 특징은 가치투자를 기반으로 하되 기업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조용한 관여' 방식이다. 공개적인 갈등보다는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접근법을 택한다.
김민국 VIP운용 대표는 "원칙적으로 회사를 창피하게 하거나 부끄럽게 만들지 않는다"며 "가능하면 오너나 경영진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수면 아래에서 장기적으로 설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주주에게도 이해관계상 의미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철칙"이라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VIP운용은 단순히 자사주 소각 등 단기적인 요구를 제시하기보다는 기업 구조 자체를 개선해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회계사와 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된 밸류업(Value-up)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수립하기 어려운 성장 전략 로드맵을 제시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투자 철학은 최근 롯데렌탈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롯데렌탈 대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유상증자를 추진했을 당시 VIP운용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VIP운용은 롯데렌탈 지분을 기존 4.95%에서 5.2%로 확대하고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 주주의 경우 배당 확대나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의결권 권유의 계기는 대원산업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정관 변경안이다. 대원산업은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사 선임 관련 정관에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어 소수주주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VIP운용은 대원산업의 정관 변경 시도를 지배구조 개선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상법 개정 이후 많은 기업이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흐름인데 오히려 지금 시점에 이를 신설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행보"라며 "소수주주가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까지 없애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원산업의 재무 구조 역시 이번 논쟁의 배경으로 꼽힌다. VIP운용은 집중투표제 안건뿐 아니라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표결을 권유했다. 대원산업은 현금성 자산 약 4100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약 250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은 문제로 삼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42배 수준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VIP운용은 대원산업의 낮은 주주환원율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원산업은 순보유현금이 4000억원이 넘지만 배당성향이 약 7%에 불과해 수년째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 대표는 "현금이 시가총액보다 많은 회사에서 자동차 부품 업종 평균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이 유지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쟁의 향방은 오는 20일 열리는 대원산업 제5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VIP운용은 주주총회 이후에도 대원산업의 지배구조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회사와의 대화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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