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지난 2021년 1565억원에 인수한 이스라엘 차량 사이버보안업체 사이벨럼이 4년여 만에 장부가치 '0원'으로 평가됐다. 자체 매출보다는 전장(VS)사업본부 보안 연구개발(R&D) 내재화에 집중하면서 회계상 전액 손상 처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사이벨럼의 장부가액 886억원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지분율은 한때 80.5%까지 올랐다가 현재 79.7% 수준으로 조정됐지만 회계상 장부금액은 0원으로 기록됐다. LG전자는 이미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430억원 안팎의 손상차손을 반영했으며, 이번에 남은 금액까지 털어낸 셈이다.
사이벨럼은 2016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설립된 차량 사이버보안 전문기업이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 해킹 취약점을 점검하는 독자 솔루션을 갖췄으며,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사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도 거점을 두며 활동 영역을 넓혀 왔고, 커넥티드카 보안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자동차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
LG전자는 2021년 10월 1565억원을 투입해 사이벨럼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VS사업본부의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 초기 69.6% 지분은 80% 안팎까지 확대됐다. 당시 사이벨럼의 순자산 가치는 47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LG전자는 세 배가량 웃돈을 얹어 인수했다. 1100억원 넘는 차액은 영업권으로 계상됐으며, 커넥티드카 확산 속에서 사이버보안 역량 확보가 필수라는 계산에서였다.
인수 효과는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 'CES 2024'에서 사이벨럼과 공동 개발한 차량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콕핏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국제 공인시험인증기관인 TUV라인란드로부터 업계 최고 수준인 차량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레벨3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VS사업본부가 글로벌 고객사 대상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회계상 평가는 달랐다. 사이벨럼이 독립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지 못하고 적자가 이어지면서 장부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사이벨럼은 2022년 17억원, 2023년 154억원, 2024년 12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실적 부진이 결국 투자금 전액을 회계상 0원으로 평가하게 만든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재무 전문가는 "인수한 회사가 외부 현금흐름을 전혀 만들지 못하면 회계감사 과정에서 장부가액을 유지할 근거가 약해진다"며 "LG전자가 올 상반기에 남은 장부가액을 한 번에 털어낸 것도 이런 보수적 회계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손상차손은 현금 유출을 새로 일으키는 게 아니라 당기순이익을 줄이는 효과만 있다"며 "손상차손을 나중에 다시 환입하는 것은 조건이 까다로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사이벨럼 장부가액을 올 상반기 모두 털어낸 시점에도 주목한다. VS사업본부가 2022년 매출 8조원대에서 지난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번 손상차손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 2분기 VS사업본부 매출은 2조8494억원, 영업이익은 1262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재무적으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불확실성을 정리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상반기였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이번 사이벨럼의 장부가액을 전액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것에 대해 보안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내재화에 따른 지분가치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1년 인수한 사이벨럼의 사업구조 변경에 따른 변동"이라며 "인수 이전 영위하던 외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현금 흐름이 창출되지 않기에 장부가액 감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벨럼은 R&D에 역량을 지속 강화하며 VS사업본부와의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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