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에 들어섰다. 창업주인 최병호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총괄부회장과 장녀인 최혜원 대표는 최근 경영 일선에 나서며 그룹 전반의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만 두 자녀에 대한 명확한 사업 분배와 지분 승계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최 회장이 70세를 넘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일각에서는 근시일 내 후계구도 안착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지분정리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형지그룹은 최 회장이 1998년 설립한 '형지어패럴'을 모태로 성장한 중견 패션기업이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패션그룹형지' 지분 90.39%를 최 회장이 직접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형지엘리트와 형지글로벌, 형지I&C 등이 포진해 있다.
최 회장은 현재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최혜원 형지 I&C 대표의 경우 2016년부터 경영 일선에 나서며 아들보다 먼저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동생인 최준호 부회장이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 취임을 시작으로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 형지엘리트 대표직 등 주력 계열사 대표에 잇따라 오르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업계에서는 향후 최 회장이 그룹의 핵심 추인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아들인 최준호 부회장, 형지I&C와 형지리테일은 딸인 최혜원 대표에게 각각 맡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장남인 최 부회장은 지주사인 패션그룹형지를 중심으로 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승계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패션그룹형지의 총괄부회장을 맡고 있는 데다 형지글로벌을 통해 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녀인 최혜원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형지I&C와 함께 또 다른 계열사인 형지리테일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최 대표는 형지리테일 지분 31%를 보유하며 부친인 최 회장에 이어 2대주주에 올라있다.
예상대로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질 경우 남매가 서로 보유한 지분 교환을 통해 각자의 사업영역에 대한 지배력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현재 패션그룹형지 2세들이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도 그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정리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최 회장은 현재 패션그룹형지 지분 90.39%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들인 최준호 부회장의 패션그룹형지 보유지분은 3.77%에 불과하다. 향후 최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거나 상속받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비상장사인 패션그룹형지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합산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이 방식에 따르면 약 712억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된다. 따라서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90.39%의 가치는 약 643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20%의 최대주주 할증이 적용되면 과세표준은 772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시 증여세는 약 386억원에 달하며 누진공제를 반영해도 실제 부담액은 38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형지I&C 지분 20.78% 역시 이달 2일 주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약 129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약 155억원, 예상 증여세는 약 58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다만 형지그룹은 최근 수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오너 2세들 모두 연 5억원 이하의 보수를 받고 있어 거액의 증여세를 감당할 자금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두 자녀가 주요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형지리테일을 통해 승계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형지리테일의 기업가치를 높인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증여세를 충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향후 패션그룹형지가 승계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분 이전에 따른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선제적인 자금조달 창구 마련이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두 자녀가 비교적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형지리테일이 향후 승계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패션그룹형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너일가의 승계나 지분 정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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