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3연임'에 도전한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 등 취임 이래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낸 만큼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는 분위기다. 취임 첫 해부터 실적 성장을 이뤄내며 경영능력을 톡톡히 입증했다는 평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내달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KB국민은행장 후보 선임에 나설 전망이다. 절차에 따라 지난 2022년 취임 후 2년 임기를 마치고 추가 1년 임기를 나고 있는 이재근 행장의 연임 여부도 결정된다.
이 행장은 재무와 경영에 능통한 인사다.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일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금융계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후 1993년 KB국민은행의 전신인 주택은행에 입사해 KB금융지주 비서실장, 재무기획부장, 재무기획 담당 상무,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부, 영업그룹 대표(부행장) 등을 거쳤다.
이 행장은 2021년 국민은행장에 올라 2022년 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연임 결정에는 경영성과가 주효했다. 당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재근 행장은 코로나19,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에도 2년간 우수한 경영 성과를 냈고 변화·혁신의 역량과 경영전문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이 행장의 재임 기간 매년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 행장 취임 전인 2021년 2조5908억원 수준이던 국민은행 순이익은 ▲2022년 2조9960억원 ▲2023년 3조2615억원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실적 성장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이겨낸 결과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손실흡수능력 제고 주문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물론 상생금융 실천 등 대규모 비용 이슈들이 발생했음에도 결국 순이익 3조원 시대를 여는데 성공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며 이 행장의 경영 위기감은 고조됐다. 국민은행은 5대 은행 중 ELS 판매액 규모가 가장 컸던 관계로 ELS 가입 고객들에게 가장 큰 원성의 대상이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ELS 판매액은 12조8000억원 규모다. 하나은행(3조2000억원), 신한·NH농협은행 각 3조원, 우리은행 1000억원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큰 금액이다.
결국 금융당국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었고, 국민은행은 판매액이 큰 만큼 충당금 규모도 타행 대비 컸다. 국민은행이 1분기에 적립한 충당금만 8620억원에 달했고, 이 여파로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9% 이상 감소했다. 다만 ELS 손실 배상에 따른 실적 우려는 일회성 요인에 그쳤다. 2분기 순이익(1조1164억원)은 전년동기대비 20.4% 증가하며 1분기 감소분을 상당폭 회복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86.6% 개선된 수치다.
은행권에서는 3분기 실적 결과가 이 행장 연임 여부에 크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분기 실적까지 발표된 후 최종 평가되겠지만,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실적 '선방'을 거둔 국민은행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까지 추가 1년의 임기를 보내 장기 연임에 도전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새로운 인사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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