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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부담에도…농협에 칼 겨눈 금감원, 왜?
이성희 기자
2024.04.09 08:00:23
농협중앙회-금융지주 기형적 구조 '정조준'…관료 출신 금융지주 회장 선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5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제공=금융감독원)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개선 칼날이 농협금융지주를 향하면서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이 다시 한번 입방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복현 원장 취임 후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까지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선 과정에 압박한 이력이 있어서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칼을 빼 든 것은 지난해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모범관행)을 내놓는 등 금융사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미흡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등 은행지주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기형적 지배구조를 이유로 인사 개입 등 과도하게 경영 간섭을 하고 있다고 판단, 모범관행 마련 이후 금감원의 첫 타깃이 된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여기에 최근 농협금융에서 금융사고가 터진 데다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의 수장이 바뀐 만큼 금감원이 개입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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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날 세운 이유는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NH농협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 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검사를 지난달 29일 마쳤다. 같은 달 7일부터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3주에 걸친 검사였다.


명분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들 때문이다. 농협은행에서 100억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통제 문제와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이유였다. 


다만 검사에 착수한 시기를 두고 다양한 추측을 낳았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돼 갓 취임한 시기였고, NH투자증권의 대표 인선을 두고 강호동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던 시기였던 탓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농협금융이 가진 태생적 약세 형국을 금감원이 나서서 지원사격을 해준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아닌 농협중앙회가 손자회사인 NH투자증권의 대표 인선에 목소리를 낸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졌고 그간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그룹 인사에 개입해 온 사례 등을 따져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이복현 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1일 "합리적인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며 '신경분리'는 됐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금융지주에 미치는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를 추진하는 금감원 입장에서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에도 농협중앙회장이 교체된 시기와 맞물려 농협금융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 검사 마쳤지만…넘어야 할 산 '두 가지'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칼을 빼 들었지만 과거 신한금융과 KB금융, 우리금융과 같이 서슬퍼런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넘어야 할 큼직한 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관치 논란이다. 이 원장 취임 후 과도한 금융사 경영 개입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회장 교체 시기를 맞아 금감원의 강도 높은 지배구조 지적 탓에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던 회장들이 연이어 용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또 역대 농협금융을 이끈 회장들의 대다수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관치 인시가 많다는 점도 금감원의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입 정당성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금융 초대 회장을 지낸 신충식 전 회장과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하면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등 역대 회장들이 모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경제 관료 출신들이었다.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석준 회장도 기재부 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역대 회장 대다수가 경제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을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타 금융지주와 다른 지배구조도 금감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요소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단일주주다. 지분 구조부터 다른 금융지주와 다른 특수한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도 지배구조와 관련된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농협법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등 계열사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명분 싸움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농협법 142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자회사가 업무 수행 시 중앙회의 회원 및 회원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감독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 자회사에 대해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금융지주 지배구조법에 의해 농협금융이 독립적인 인사권을 보장받는 탓에 농협중앙회가 비상임이사를 통해 농협금융 인사권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이번 현장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지배구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예단하기 쉽지 않아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고와 지배구조, 내부통제 등 다양한 건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현장조사는 마무리됐지만 조사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에 따른 시정 명령이나 제재 여부에 대해선 "모든 검사 종료 후 제재 관련 심의 등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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