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DB금융투자가 배우 박민영 전 남자친구이자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주요 주주사인 비덴트의 회장으로 알려진 강종현 씨에게 떼인 160억원을 배상받을 수 없게 됐다. DB금융투자는 강종현 씨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이 불법행위에 따른 손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정 다툼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2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최근 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DB금융투자는 강 씨 관련 회사에 1000억원 가량의 돈을 투자했고, 강 씨가 이중 160억여원을 편취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소를 제기했다.

DB금융투자는 2014년 대우전자를 인수하기 위해 강 씨가 운영하던 KT위탁대리점에 381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278억원이 대우전자 인수 대금으로 흘러갔다. DB금융투자는 강 씨가 나머지 차액 약 100억원을 편취했다고 봤다. DB금융투자는 2015년에도 강 씨 회사에 633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중 61억원을 강 씨가 편취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DB금융투자는 이 과정에서 강 씨가 자신의 KT위탁대리점 결산집계표를 조작해 허위의 채무·채권현황을 제출하고 변제의사와 능력을 속였다고 봤다.

강 씨는 지난 2017년 KT위탁대리점인 A사를 운영하며 대출 근거가 되는 서류(결산집계표)를 조작해 DB금융투자로부터 불법 투자를 받아 편취한 혐의(사문서위조, 사기) 등으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당시 혐의금액은 35억원에 그쳤다. DB금융투자는 강 씨가 161억원을 부당하게 편취했다며 형사고소했지만 혐의없음 처분으로 끝났다.

이번 손배소에서 주목할 점은  DB금융투자가 강 씨 때문에 입은 손실액은 불법행각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 단순 부실투자였던 것으로 결론났다는 것이다. 사실상 강 씨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DB금융투자 '자기잘못'이란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DB금융투자가 B사 인수 과정상 필요에 따라 강씨 소유 A사에 381억원 규모 사채를 발행 하도록 한 후 A사로 하여금 이중 278억원을 B사에 송금하도록 했다고 봤다. 이어 강 씨가 위조한 A사 결산집계표가 판단에 중요한 자료라고 주장하면서도 KT에 확인을 하지 않은 점, DB그룹은 대우전자 인수를 위해 강 씨를 이용한 점 등을 들어 강 씨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늦깍이 소송'도 눈에 띈다. DB금융투자는 강 씨를 상대로 2020년 10월 처음 소를 제기해 최근에서야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는 검찰이 강 회장을 처음 기소(2016년 12월)한지 약 4년 만이고, 해당 사건 형이 확정(2018년 5월)된 지 약 2년만이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당시 강 씨측이 제출한 자료가 사후에 신뢰할 수 없는 등 사기성이 짙다고 판단해 불법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사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채권은 남아있으며, 채권 회수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