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내 상장 리츠 역사상 첫 법정관리 신청 사례 제이알글로벌리츠가 2만8200명이라는 소액주주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시장에서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제이알투자운용의 대주주 이방주 회장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대주주인 이 회장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27일 만기가 돌아온 전자단기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해 서울지방법원에 파산보호 조치에 해당하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상장 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의 감정평가액 하락으로 현지 대주단이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는 자금 유보 조치인 '캐시트랩'이 발생하며 국내 유동성 문제를 겪다가 법정관리라는 막다른 길을 선택했다.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산 가치가 대출금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자 현지 금융기관이 자금 인출을 봉쇄한 것이다. 현재 리츠가 안고 있는 총 부채 규모는 약 4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이알투자운용의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현재 지배구조 정점에는 현대산업개발 부회장 출신인 이방주 회장이 지분 35.4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설립 초기 파트너였던 동생 이민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021년 중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하며 주주 명단에서 이름을 내렸다. 그 빈자리는 이방주 회장의 자녀인 이유영 씨와 이상영 씨 등이 각각 0.42%의 지분을 보유하며 메웠다. 상장 리츠로서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가 존재함에도 벨기에 자산 등 개별투자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에 대주주 측의 영향력이 상당히 미쳤을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책임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와 금융권은 법원이 이번 회생 신청을 기각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일반 제조 기업과 달리 자산 가치가 부채를 넘어서는 재무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현재 리츠가 보유한 자산의 장부상 가치는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에 머물러 있다.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부채 4000억원을 즉시 상환하더라도 주주들에게 돌아갈 잔여 재산이 현재 시가총액의 두 배를 웃도는 상황이다. 경영권을 유지하며 빚을 탕감받는 회생보다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갚는 청산이 주주 가치 제고에 유리한 셈이어서 법원이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사회적 파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기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특수목적법인(SPC) 구조로 운영되면서 고용된 노동자가 없다. 직접 고용 인력이 없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대규모 실직이나 노동권 침해 같은 공익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홈플러스 등 기업 회생 과정에서 노조 반발이나 고용 승계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것과 대조된다. 법원 입장에서는 회생을 통해 기업 수명을 늘려야 할 명분이 크지 않고 오히려 신속한 청산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운용사가 회생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수수료 수익 보전이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산 절차가 시작돼 자산이 매각되면 자산관리회사(AMC)인 제이알투자운용은 더 이상 운용 수수료를 수취할 수 없다. 이방주 회장 일가가 회생이라는 법적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경영권과 수수료 수익을 유지하려 할수록 일반 주주들의 자산 가치는 잠식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 자산 고가 매입 의혹은 이에 비례하는 수수료 이해관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산이 아닌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한 리츠임에도 정보 비대칭성을 법정관리 직전까지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은 설명 의무 위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이알의 실패를 위법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기는 어렵지만 설립자 책임을 면피할 만한 거래는 분명히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4년말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빌딩 관련 차입금 차환 시 이자율 상승에 따라 이자지급 부담이 확대됐고 환율상승에 따른 환헤지 정산금 관련 현금유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27일 기업회생 신청 이후 제이알글로벌리츠 무보증사채와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기존 BB+·B+에서 D로 낮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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