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신규 이사 선임 수에 관한 안건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5인 선임안을 내세우며 분리선출 감사위원에 적용되는 이른바 3% 룰을 활용해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인물의 재선임을 꾀하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는 이사회 정원을 모두 채우는 6인 전원 선임안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은 정관에 따라 이사회 상한을 19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직무정지된 4인을 제외하고 현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11인과 영풍 측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내이사인 최 회장과 정태웅 제련사업부 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인 황덕남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다. 영풍 측 역시 장형진 고문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신규 선임 직전 이사회는 최 회장 측 6인 대 영풍 측 3인의 구도인 셈이다.
공석이 된 6석의 자리를 두고 이번 주총에서 몇 명을 신규 선임할 지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다르지만 두 안건에 올라간 후보군은 동일하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이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영풍·MBK는 박병욱·최연석·최병일·이선숙 후보를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했다.
양측의 후보 명단이 일치하지만 고려아연이 5인의 이사 선임안을 고수하는 배경은 남은 한 자리를 감사위원 몫으로 비워두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제2-8호 의안)을 주주제안 형태로 상정했다. 해당 안건이 가결될 경우 기존 사외이사인 이민호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제5호 의안이 상정되지만 정관 변경안이 부결될 경우 자동 폐기된다.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일반 이사 선임 단계에서는 5명만 선출하고 정관 변경을 통해 별도로 확보될 분리선출 감사위원 자리에 자신들의 우호 인물로 평가되는 이민호 후보를 다시 앉힐 전략이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까지 인정하는 3% 룰이 적용된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해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아무리 지분율이 높더라도 의결권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약 42% 지분을 보유한 MBK·영풍 측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지분 우위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적 열세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결국 해당 안건의 가결 여부는 의결권 제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등의 표심 향방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안건 구성을 두고 3% 룰의 도입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래 3% 룰은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독립적인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이번에 재선임 추진되는 이민호 후보는 그간 이사회 내에서 사실상 최 회장 측 우호 인물로 분류돼 왔다. 특히 최근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분쟁 가처분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이 후보가 소속된 법무법인 율촌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다는 점도 독립성 논란의 핵심이다. 경영진을 변호하는 로펌 인사를 견제 기구인 감사위원으로 다시 세우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영풍·MBK는 분리선출 확대라는 원칙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특정 후보 선임을 위해 제도를 역이용하는 절차적 부적절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우선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회 공백 없이 6인의 이사 전원을 선출하여 이사회를 정상화하고, 감사위원은 제도 취지에 맞게 추후 독립성이 보장된 인물을 통해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는 기조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출 여부가 향후 고려아연 이사회의 실질적인 세력 균형을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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