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부터 하나금융그룹의 청라시대가 공식적으로 개시된다. 김승유·김정태 전 회장을 거쳐 함영주 회장까지 이어진 청라 이전 프로젝트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첫걸음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상존한다. 제대로 된 그룹 시너지 창출로 이어질지에 대한 내부 불안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딜사이트는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 배경을 비롯한 현황 및 전망, 리스크요인 등을 나눠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이전을 앞두고 단순한 본사 이동을 넘어선 조직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산돼 있던 금융·IT 인력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 전략'을 통해 사업 연계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겨냥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비용 효율화와 조직 시너지, 정책 기조 대응까지 아우르는 행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청라 이전을 계기로 계열사 간 물리적 거리 축소에 따른 협업 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이번 이전을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사업 방식까지 재설계하는 실험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주요 계열사와 IT 조직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흩어져 있어 협업과 의사결정에 물리적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청라 집적이 현실화될 경우 '기획-개발-운영'이 한 공간에서 돌아가는 구조가 가능해지면서 서비스 개발 속도와 실행력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금융과 IT의 결합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데이터센터와 IT 계열사를 선제적으로 청라로 이전한 데 이어 주요 금융 계열사까지 단계적으로 집적시키며 '금융+IT 통합 운영 체계' 구축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 전반의 거점 집중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KB금융그룹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를 집적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한금융그룹 역시 서울 중구 광교사거리 일대(옛 조흥은행 본점 부지)에 통합 사옥을 구축해 계열사 재배치를 추진 중이다.
다만 두 그룹이 '서울 내 집적'에 머물러 있는 반면, 하나금융은 '서울 밖 이동'을 택했다는 점에서 전략의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집적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계열사 간 물리적 거리를 줄이면 협업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의사결정 단계 축소, 비용 절감, 브랜드 일체화 등 복합적인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선택은 정책 환경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이재명 정부는 전국을 5개의 초광역권(5극)과 3개의 특별자치도(3특)로 재편해 권역별 산업·교통·인재·정주 기능을 결합한 독자적 성장축을 구축하는 '5극3특'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 역시 이러한 흐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에 '탈서울' 가능성을 둘러싼 고민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라 이전은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대규모 민간 금융사의 이전이 더 직접적인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사 본사가 이동할 경우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고소득 금융·IT 인력 유입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 확대와 상업·주거 인프라 활성화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라가 국제금융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하나금융의 이전은 해당 프로젝트의 현실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청라3동에 위치한 국제금융단지는 연면적 약 64만㎡ 규모에 달하는 업무·주거 복합지구로 개발될 예정이다.
다만 청라 이전이 긍정적 효과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인력이다. 근무지 이동에 따른 부담으로 핵심 인재 이탈이 발생할 경우 집적을 통한 시너지보다 조직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수도권 금융 네트워크와의 거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감독 당국과 금융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현실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중화 전략은 장점이 분명하지만, 인력 관리와 네트워크 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은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조직을 한곳에 모아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실험이다. 그 전제가 되는 인력 이동과 조직 재편이 계획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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