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국민연금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안에 또다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이같은 판단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의 경영 성과나 재임 기간 중 평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경징계 이력을 근거로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 반대 의견이 선임안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 자체의 설득력과 일관성, 나아가 주주권한 강화 기조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19일 제5차 위원회를 열고 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한금융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 회장의 연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수탁위는 진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주의적경고'다. 다만 주의적경고는 임원 선임을 제한하는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와 달리 법적·제도적 결격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징계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3년에도 동일한 사유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에는 징계 경중과 무관하게 항소 등을 통해 이같은 이력을 완전히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주총 안건 통과에 문제없는 만큼 추가적인 행보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역시 국민연금의 의견에 대해 이전과 동일한 방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최대주주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지난달 20일(2025년 연간 배당기준일)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9.15%로 집계됐다. 그런만큼 국민연금의 의견은 정기주총 시기 때 마다 주주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금융지주 특성상 이번 반대 의견이 선임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의 경우 블랙록을 비롯한 외국인 지분율이 약 60% 수준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결과 영향력'과 별개로 '판단의 논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거 징계 이력 외에 재임 기간 중 실적 개선이나 주주환원 확대 등 성과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진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은 연간 최대 순이익을 연이어 경신했고, 주주환원율 역시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성과 지표 측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다른 금융지주 사례와 비교할 때 의결권 행사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과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채용방해 등 혐의로 형사소송이 지속됐지만 국민연금은 회장 선임안에 찬성 의사를 냈다.
이처럼 동일 업권 내 유사 사례에서 상이한 판단이 반복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주주권한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자칫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만큼 영향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납득 가능한 평가가 아닌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여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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