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전기가 북미 생산거점 강화를 위해 미주 지역 자산을 1년 새 10배 이상 늘렸다. 멕시코 카메라 모듈 공장 건설 재추진에 맞춰 현지 기반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업황 개선 기대까지 더해지며 올해도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주 지역 비유동자산은 54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49억원)보다 493억원 늘었으며, 증가율은 1006.1%에 달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동남아 지역 비유동자산은 2조5820억원에서 2조6047억원으로 0.9%(227억원) 늘었고, 중국은 1조3403억원에서 1조3151억원으로 1.9%(252억원) 줄었다. 규모 자체는 동남아와 중국이 훨씬 크지만 증가 폭은 미주가 가장 컸다.
지역별 비유동자산에는 금융상품과 이연법인세자산, 관계기업 투자가 제외돼 있다. 단순 금융자산 변동이 아니라 사업에 쓰이는 장기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삼성전기가 밝힌 북미 투자 확대 방향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지난달 23일 4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EV)·휴머노이드용 차별화 카메라 모듈 대응을 위한 북미 거점 투자를 언급하며 전사 투자 규모 확대를 시사했다.
당시 삼성전기가 지칭한 북미는 멕시코 생산거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공장은 테슬라 등 북미 전기차 제조사를 겨냥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기지다. 회사는 최근 현지 공장 구축 작업을 재개했으며,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기는 2023년 11월 자본금 49억원을 투입해 멕시코 중부 산업도시 케레타로에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해당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삼성전기의 실적 상승 흐름도 뚜렷하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1조3145억원, 영업이익은 91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24% 증가했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치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4분기 컴포넌트부문 매출은 1조3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이는 AI·서버용 MLCC와 파워용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 덕분이다.
올해 삼성전기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도 MLCC가 꼽힌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서버용 고온·고용량 MLCC 채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는 MLCC 사업에 대해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MLCC 시장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구조적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AI 서버 전용 고온·고용량 MLCC 채용 확대에 따라 AI·서버 중심으로 수급은 전년보다 더 빠듯해질 것"이라며 "MLCC 가동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AI 관련 응용처인 서버·네트워크·파워 등 성장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고온·고용량 하이엔드 기종을 적기 출시하고, AI 서버 고성능화에 따른 전원단 입력 전압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1kV 이상 고압품 라인업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며 "전장은 ADAS용 고용량품과 xEV용 고압품 등 구축된 라인업을 활용해 매출을 확대하고 고객사 다변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MLCC 업계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AI 서버용 MLCC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기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가 약 40%, 삼성전기가 2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무라타는 서버 고객들이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며 "고사양 MLCC 공급이 내년까지도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서버 고객으로의 물량 집중이 모바일 고객의 수급도 빠듯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MLCC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라타, 삼성전기 등 톱티어 공급사들의 가동률이 95% 수준까지 올라오며 올해 타이트한 수급을 예고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버 고객사들은 물량 안정성을 중시하고 가격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며,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가격 인상과 하이엔드 MLCC 공장 증설이 동반된다면 가격 저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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