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니콘' 육성은 혁신 성장을 위한 정부의 핵심 과제다. 기술보증기금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26곳의 유망 스타트업을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해 8000억원에 달하는 특별보증을 지원했다. 기보는 이들의 글로벌 기업 도약을 기대했지만 투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한 지금 현실은 냉혹하다. 다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고 일부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거나 파산 절차를 밟았다. 재무적 부담은 고스란히 보증 기관인 기보와 국민 몫이 됐다. 세비를 들인 유니콘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국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의 몰락은 기술보증기금의 예비유니콘 선정 과정의 허점과 연이은 투자 실패 결과의 상징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왓챠는 한 때 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넷플릭스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한계를 이겨내지 못했고 산업적 혁신 경쟁에서도 뒤떨어지며 끝내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 7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가 접수돼 같은 달 22일과 24일 심문기일이 열렸고 8월 4일부터는 회생절차를 밟기 시작됐다. 이번 결정은 왓챠의 전환사채(CB) 채권자인 인라이트벤처스가 제기한 회생 신청에 따른 것이다. 왓챠는 지난 2021년 490억원 규모의 CB를 발생했는데 인라이트는 이중 200억원을 인수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1월 7일까지이며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최종 파산하게 된다.
왓챠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영화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고 2016년 스트리밍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토종 OTT 업체로서 존재감을 나타내며 2019년 7월 정부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1기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OTT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관련 영업의 본질인 이용자 수가 급감해 사업의 영위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적자는 약 19억원으로 집계됐고 유동부채(971억원)는 유동자산(64억원) 대비 15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지적된다.
기보의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최대 200억원 재무지원을 제공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이다. 첫 선정 이후 지난해까지 126개사가 뽑혔다. 선정된 기업은 특별보증과 글로벌 진출 컨설팅 등 다양한 금융 지원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왓챠 등 예비유니콘 기업 보증 사고가 연쇄적으로 터지며 기보의 대위변제액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예비유니콘은 옥석을 가리기 어려운 벤처기업 시장에서 이미 정부로부터 선별된 가능성 높은 성장 기업이라는 신호로 투자자들에게 읽혀졌지만 그 선정 취지는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기보의 선택 이후 투자에 들어간 벤처캐피탈(VC)도 결국 손실을 피하지는 못했다. 예비유니콘 1기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왓챠는 2020년 7월 프리IPO 성격으로 190억원을, 같은 해 12월 17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해당 라운드에는 메이플투자파트너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퀀텀벤처스코리아, SBI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하우스가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회생 국면을 통해 이들 VC들은 공정가치 감액과 회수 지연 압력에 직면해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관이 미래 가치를 인정하자 자체적인 검열을 대충 지나치고 투자 금액을 늘린 곳도 많다"며 "전환사채 보유자는 상환 순위에서 앞서지만 그렇더라도 변제율이나 법원의 일정 결정에 따라 회수액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투자액을 상당부분 손실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의 실패가 왓챠 한 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슷한 투자들이 연이어 경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어서다. 예비유니콘 가운데 왓챠 뿐만 아니라 정육각이나 뮬라웨어, 팀프레시 등 다수의 기업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업계는 기보가 다소 애매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부실 가능성이 있던 기업들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올해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선정 기준은 ▲벤처투자 누적 투자유치 금액 50억원 이상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성장성 ▲혁신성 충족 여부 등으로 지난 수 년 사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기보가 평가하는 구조인데 이를 변별할 전문가 집단이 부족하고 관계자들이 꼼꼼한 검증을 하지 않거나 부실한 기업이라도 개별적 네트워크 등을 감안해 정성적 평가 기준을 고무줄 잣대로 들이댈 경우 세비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왓챠를 넷플릭스에 대항마로 육성할 수 있다는 앵글의 투자는 시장 논리를 배제한 정책성 자금 투입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사실 토종 산업 육성이라는 대의명분에 기댄 감정적 투자였다"며 "기보의 평가 내용 자체가 숫자에만 의존하고 추상적인 기준이 많다 보니 민간 자본에도 손실 위험을 키우고 전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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