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 지분 일부를 OK캐피탈에 넘겨 이른바 '전략적 우군'을 배치했다. 겉으로는 지분을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펀드 만기 부담을 덜고 태광산업을 향한 행동주의 행보를 지속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상법개정으로 '합산 3%룰' 적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다각도의 대응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8일 태광산업 주식 2만5970주(2.33%)를 주당 115만5000원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OK캐피탈에 매각했다. 트러스톤의 태광산업 지분은 5.69%에서 2.97%로 줄었고, OK캐피탈의 보유 지분은 2.73%로 늘었다.
앞서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 가격이 117만2251원으로 지나치게 낮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런데 정작 블록딜에서 처분한 가격은 이보다 낮은 115만5000원이어서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러스톤은 표면적으로는 주요 주주의 지분 축소지만 실제로는 공동보유자 지위를 유지하며 OK캐피탈과 함께 주주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핵심자산인 자사주를 EB로 무분별하게 유동화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려던 태광그룹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실질 지분 약 73% 보유한 최대 주주 이호진 전 회장의 의사대로 그의 실질적 영향력 아래에서 경영되고 있다고 여긴다. 이 회장은 그러나 지난 5월 말 또다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그룹 임원들이 계열사에 근무한 것으로 허위 장부를 작성하고서 추후에 이 급여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러스톤의 지분 분산은 이런 맥락에서 단순 차익 실현이 아니라 행동주의를 지속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해석된다.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는 구조적으로 만기가 정해져 있어 장기 보유가 어렵다"며 "오히려 가치에 공감하는 전략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김으로써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는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을 향한 주주 행동주의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던 상황이었고, OK캐피탈도 태광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의결권 행사 등 행동주의 전략은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도해 진행한다. OK캐피탈은 자기자본(PI) 투자로 태광산업 지분을 매입하며 공동보유계약을 맺었다. 태광산업에 대한 의결권 및 주주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으며,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에 대한 내용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도입을 앞둔 '합산 3%룰' 적용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개정된 3%룰은 감사위원의 신분이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상관없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통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주주총회 시즌부터 본격 적용한다.
태광산업이 감사위원 선임에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트러스톤자산운용과 OK캐피탈이 각각 3% 이하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실질 영향력은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의결권 제한의 벽을 낮추면서도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의도적으로 제도 변경을 겨냥한 거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더 유리한 조건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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