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한술 밥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한 숟가락의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없는 것처럼,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단번에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원하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씩 경험을 쌓아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든 기다림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도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선언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를 이용자 신뢰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신작들의 출시 일정을 준수하고 이용자 친화적인 수익모델을 도입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시장에서 악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리니지식 수익모델을 벗어던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니지식 수익모델은 다른 이용자와의 분쟁(전투)을 통해 캐릭터 성장을 필수적인 콘텐츠로 앞세우고, 이용자로 하여금 캐릭터를 육성할 때 요소요소마다 현금을 지불하도록 설계한 모델이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확률형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이용자 친화적인 수익모델을 도입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시작으로 올해 6월 선보인 난투형대전 액션게임 '배틀 크러쉬', 8월 공개한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호연'에 이르기까지 구독형 수익모델을 적용하면서다. 구독형 수익모델은 이용자가 콘텐츠를 경험한 정도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게임 캐릭터 외형을 꾸미는 치장형 상품(스킨) 등을 선보이며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 재화만으로도 살 수 있는 상품도 출시하며 이용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낮춰 나가고 있다. 그동안 회사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엔씨소프트의 최신 작품에 적용된 수익모델이 치밀하다(악랄하다)는 혹평을 적잖게 표출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리니지식 수익모델이 언젠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리니지 시리즈가 서비스된 지난 20여년의 시간은 이 회사가 리니지식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한 시간과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변화에 나선 건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20여년간 뿌리 내린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불신을 한 번에 씻어내기에는 넉넉지 않은 시간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동시에 성급히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용자를 향한 말이다. 신뢰 회복을 목표로 한 엔씨소프트의 체질 개선은 이제 시작됐다. 엔씨소프트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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