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내부 거래 비중이 80%를 돌파했다. 관계사, 특히 SK온과의 거래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다. SK온과 실적이 연동되며 동반 침체를 겪고 있는 만큼, 고객사 다변화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SKIET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하 별도 기준) 3199억원의 84%(2686억원)가 관계사에서 발생했다. 이중 SK온과 SK온의 종속회사들에서 나온 매출이 2275억원으로, 전체의 70%가 넘었다.
주목할 점은 SKIET의 내부 거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엔 26.8%, 2020년에는 26.3%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 49.6%를 찍은 후 2022년 73.5%, 2023년 84%로 치솟았다. 아울러 SKIET의 내부 거래 비중은 SK이노베이션 계열 주요 9개사 중 SK인천석유화학 96.2%,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85.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석유사업 수직계열화의 일환인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SKIET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SK엔무브도 내부거래 비중이 80.2%로 높은 편이지만 각종 산업기계에 활용되는 윤활유의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은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SKIET가 리튬이온배터리용분리막(LiBS)이라는 특정소재를 제조한다는 점에서 고객다각화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은 LiBS로, 지난해 연간 매출의 99.8%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며, 정보기술(IT) 기기 배터리용 제품도 생산하지만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올해 1분기에는 플렉서블 커버 윈도우(FCW)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현재 관련 자산(시설) 매각 등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거래처인 SK온으로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SKIET의 입장에서는 매출 70%를 의존하는 고객의 실적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SK온은 적자 지속 상태다. 실제 SKIET는 SK온 등과의 내부 거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2021년부터 실적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매출은 2019년 2630억원에서 2020년 4603억원으로 큰 폭 확대됐다가 2021년 3949억원, 2022년 3107억원, 2023년 3199억원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806억원에서 2020년 137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 440억원으로 급감, 2022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 -1277억원, 2023년 -110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SKIET 관계자는 "SK온과의 거래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전방인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탓도 크다"고 말했다. 전기차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국면인 만큼, 물량 및 고객 확보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해외 업체와 체결한 장기 공급 계약 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 출하될 예정이라 SK온을 포함한 내부 거래 비중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표 이후 다양한 고객들과 공급을 논의 중인 등 고객 확대,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SK그룹의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 경우 지난해 연 매출이 2조4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5% 늘어났는데, 내부 거래 비중은 5.7%포인트 떨어진 14.7%를 기록했다. 외부 거래가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국내 매출(1조5371억원)이 전년 대비 145.1%(9099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1.6%에서 61.7%로 30%p 이상 상승했다. 비록 해외 매출(9523억원)이 전년 대비 29.8%(4041억원) 줄어들었지만, 국내 매출의 비약적인 성장세가 상쇄한 모습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