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송희 기자] 삼성물산 주식을 10년 동안 보유한 한 소액주주 집에 느닷없이 인터폰이 울렸다. 상대방은 삼성물산 직원으로 위임장을 받으러 왔다는 것. 소액주주는 7일 하루 동안 네 번의 삼성물산 직원이 방문했다고 말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주주총회(17일)를 앞두고 임직원을 동원해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위임장을 권유하는 설득 작업을 펼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이어 국제의결권자문기관(ISS)이 잇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자 우호세력 규합에 나선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이 통과될 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물산 측은 소액주주 협조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현재 엘리엇(7.12%)과 메이슨(2.2%), 일성신약(2.05%), 네덜란드연기금(0.35%) 등 합병 반대 뜻을 표명했거나 반대 가능성이 큰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약 12% 수준이다. 게다가 국제의결권자문기관인 ISS 보고서의 반대 권고 입장으로 나머지 외국인투자자(26.68%) 지분 중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승부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아직 입장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급해진 삼성물산은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는 우편물을 발송했다. 방문 위임장 권유 일은 삼성물산 내 건설 부문 직원들이 주로 임무를 맡았다. 건설 부문 직원 수는 계약직 포함 7300여명이다. 상사 부문 직원 수는 1000명 수준으로 적다. 이들 삼성물산 직원들은 주주명부상 확인할 수 있는 주소지로 소액주주를 찾아가고 있다. 한 소액 주주는 “상무, 부장, 차장, 과장, 대리 등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방문해 위임장에 동의해달라고 권유했다”면서 “삼성물산이 합병하게 될 경우의 장점을 설명하려 했지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다른 소액주주도 ‘소액주주연대’ 카페에 삼성물산 직원이 문 앞에 수박을 한 통 두고 갔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권유 대상은 삼성물산 지분을 최소 수천 주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들이다. 그러나 예상만큼 소액주주들이 위임장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 모임을 통해 공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 위임장을 끌어 모으겠다고 전했다. 또한, 삼성물산 1대 주주(지분11.61%)인 국민연금 측에도 합병에 반대할 것을 압박하는 탄원서를 보내기로 했다. 삼성물산 측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공방전도 치열한 가운데 소액주주까지 나서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삼성물산 소액주주가 약 8만3000만명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0.1% 지분이 아쉬운 삼섬물산 측도 이를 간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물산의 우호세력은 KCC를 포함한 삼성그룹측 의결권 20%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측과 달리, 소액주주는 느닷없는 삼성물산 직원 방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소액주주는 “이번 사태로 믿고 있던 삼성물산에 배신감을 느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절반 이상을 매도했다”면서 “갑자기 집으로 찾아와 위임장을 권유하는 것도 불쾌하다”고 표현했다.

한광섭 삼성물산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의결권을 권유해도 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면서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위임장을 권유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