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히트펌프 보일러를 잇달아 국내에 선보였지만 시장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를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350만대 보급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유럽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양사가 이제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초기 비용 부담과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제로 양사가 시장 확대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히트펌프 보급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한 제주도에서 지난달 6일부터 30일까지 지원 신청을 받은 결과 2507가구가 몰렸다. 이는 상반기 보급 물량 1042가구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난방 전기화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다.
히트펌프는 연료를 태워 열을 만드는 가스보일러와 달리 공기 중의 열을 실내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투입 전력 대비 4~5배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효율도 높다. 탈탄소 기조와 맞물려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과 일본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히트펌프 보일러는 가스보일러 중심의 난방 문화와 아파트 위주의 주거 환경 탓에 보급이 더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히트펌프 보일러 제품을 유럽 시장에 먼저 내놓고, 국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앞세워 대규모 보급 사업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는 144억5000만원을 투입해 제주와 경남, 전남 등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설치비의 70%를 지원한다. 지난 3월에는 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기열이 재생에너지에 공식 포함되며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난방도 히트펌프로 빨리 전환하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국으로 확대에 속도가 붙을지는 불투명하다. 초기 비용부터 부담이다. 설치비가 가구당 약 1400만원으로, 정부 보조금 70%를 받아도 소비자가 직접 내야 하는 돈이 420만원 수준이다. 가스보일러를 교체할 때 드는 비용(200~400만원)보다 높다. 전기요금도 변수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작동하는 만큼 주택용 누진제가 적용되면 난방비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지열 히트펌프처럼 공기열 히트펌프에도 별도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도 문제다. 세대별 실외기 설치 공간이 좁은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는 유럽 단독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와 국내 환경에 맞는 제품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보급 사업도 단독주택 위주로 설계돼 있어 전국 가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거주자는 사실상 대상 밖이다. 정부가 초기 보급 지역을 제주와 경남 등 남부 지역으로 한정한 것을 두고 한랭지 성능 검증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히트펌프 보일러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도 "보조금 없이 설치비 1400만원짜리 제품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살지는 미지수고, 실외기 설치 공간 등 아파트 적용 문제도 아직 해법이 없어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보급 사업이 어떻게 안착하느냐에 따라 시장 확대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출시했다. 기존 보일러 배관을 그대로 활용하는 구조로 별도 설비 교체 없이 전기 난방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바닥 난방 기준 계절성능계수(SCOP)가 4.9로 투입 전력 대비 5배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화석연료 보일러보다 약 60% 적다. 영하 15도 조건에서도 최대 70도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히트펌프 보일러 사업을 시작해 북미와 유럽, 일본 등 20여개 지역에서 연구소와 테스트 랩을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이달 7일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내놨다. 실외기와 주요 부품을 하나로 통합한 구조로, 냉매 배관 공사 없이 기존 온수 배관을 그대로 쓸 수 있어 설치가 간편하다. 에너지 비용은 가스보일러 대비 40~60%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시스템 보일러 사업을 해온 데다 2018년부터는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주거용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공급해왔다. 이번엔 유럽에서 검증한 고효율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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