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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관투자가 K-주총 비판 "20년 전과 똑같다"
전재민 기자
2026.04.20 16:33:09
ICGN, 민주당 K-자본시장 특위 간담회 개최…"소집 공고 기한 4주 전으로 당겨야"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0일 15시 3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ICGN과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글로벌 기관투자자 라운드테이블' 진행 전에 관계자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재민 기자)

[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석학들이 최근 세 차례 상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제도적 완성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제도 도입 이후에도 실효성이 낮고, 기업 측의 우회 시도가 지속된다는 점이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와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기관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강일 의원을 비롯해 ICGN 회원 15명,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위원 등이 참석했다.


◆"자격 부족한 사외이사, 개정 상법 무력화 시도 등 개선해야"


이 회장은 '2026년 주주총회 진단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상법개정 이후 첫 주주총회 분석 및 제안'을 발제했다. 그는 "최근 LG그룹 등이 사외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했지만 독립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는 전혀 의장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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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 변경 등 개정 상법을 무력화하려는 기업들의 시도 역시 꾸짖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올해 정관 변경을 시도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효성중공업, 롯데케미칼, 태광산업, 카카오 등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독립이사 수를 6명에서 5명으로 줄이고, 허은녕 이사의 임기도 3년에서 2년으로 축소한 일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행태가 개정 상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주총 개선을 위한 8개 사항을 제안했다.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미국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문(Proxy Statement)' 제도 도입 ▲이사회 질적 개선 위해 이사 임기 1년으로 일괄 축소 및 매년 재신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일관성 보강을 위해 내역 조기 공개 및 수탁자책임실 예산 증액, 인력 증원 ▲의결권자문사 역할 재정립 및 감독 ▲기관투자가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이사교육 프로그램 개설 ▲주총 의장, 이사회 의장이나 법원이 선임한 인사로 지정 ▲주총 집중일 문제 개선 위해 대만의 일별 배분 시스템 차용과 소집기한 2주에서 4주로 확대 등이다.


이 회장이 특히 강조한 지점은 '미국의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문 제도 도입'과 '이사 임기 1년 일괄 축소와 재신임'이다. 미국 기업은 통상적으로 주총에서 다룰 의안별 세부 정보를 1000쪽 가량으로 제공하는데, 한국은 3쪽 남짓한 분량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미 애플, 앤비디아, 소니 등 미국과 일본 유수 기업들은 이사 임기 1년과 매년 재신임하는 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사의 평균 재직기간이 9년에 달하는데, 이는 1년이라는 짧은 임기에서 오는 책임성 강화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하버드 법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500대 기업의 91%가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주총 집중 문제, 해외 기관투자자 소외 현상 해결해야"


두 번째 발제는 황 위원이 '상장기업 주주총회 현황과 개선 과제'를 주제로 진행했다. 그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2024년 주총에 참석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황 위원은 "주총 이후 ACG가 '한국 주총은 20년 전과 다를 게 없다'라는 이름으로 리포트를 냈다"며 "2년이 지나며 3차례의 상법개정이 있었지만 주총 문제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총이 특정 일자로 몰리는 현상을 지적했다. 한국의 주총 시즌은 3월로 정해져 있었지만 여러 차례 법을 개정해 4월과 5월에도 주총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까지 도입해 집중될 만한 날을 사전에 공지하기도 했으나 3월에 몰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통상 사업보고서 등 안건이 주총 1주 전에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기관투자가는 평균적으로 일주일간 300~400건을 분석해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가의 경우 문제가 더 크다. 예탁결제원까지 의결권을 보내야 대상 기업으로 전달되는 구조인데, 예탁을 거치는 중간 절차를 고려하면 3~5일 안에 모든 안건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황 위원은 "이러니 사업보고서 확인조차 못하고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소집안건이 변경돼 정정 공시를 할 경우 해외 기관투자자는 아예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은 이러한 K-주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기관 측면에서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의결권 행사 가능일을 전년 12월 31일에서 이틀 전까지 당겨야 한다고 진단했다. 영국은 주총 이틀 전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데, 이를 차용하면 의결권을 행사하는 개인주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안건 통지 시기를 기존 1주 전에서 최소 3주 전으로 연장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의 안건 통지 시기는 OECD에서 가장 짧다.


◆"해외 기관투자가 반성하고 ISS에 항의해라"


간담회 막바지에는 주요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사라 리(Sara Lee) APG 총괄은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변해 한국 기업이 영문 공시를 확대하고 소통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했음에도 공시 분석하려면 3주간 밤샘 작업을 해야 한다"며 "안건 통지 시기를 기존 1주에서 4주, 길게 6주까지 앞당기는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주목할만한 발언은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에게서 나왔다. 그는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의 졸속 투표 권고를 비판했다. 이 대표가 제공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피 200대 기업의 평균 지분율은 지배주주 43%, 외국인 20%다. 지배주주는 통상 기업에 유리한 정관변경에 찬성표를 던지지만, 해외 의결권 자문사는 별다른 분석 없이 찬성표를 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의 근거를 입증해야 하는데, 글로벌 스탠다드를 제시하는 ISS의 권고가 가장 안정하고 부담이 적은 선택"이라며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ISS와 같은 글로벌 자문사 보고서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ISS 인원은 4명뿐인데 2주 동안 2000건을 분석한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대표의 보고서에는 해외 의결권 자문사 A가 주주에게 불리한 대표 안건들에 찬성을 권고한 비율이 기재됐다. A사는 국내 기업들의 주총 안건 중 지배주주가 이사 임기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이사 임기 유연제' 안건 70%, 이사 수 상한을 줄이는 안건 83%, 자사주를 경영상 목적으로 활용하는 안건 100%에 찬성을 권고했다. 그는 "ISS 등 해외 의결권 자문사가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는 주주제안 안할 것"이라며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반성하고 ISS에게 항의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ICGN 회원들은 간담회 동안 대부분의 문제점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ICGN은 국제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의 글로벌 기준을 만들고 확산하는 민간 네트워크로 1995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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