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하며 임직원 보상체계 개편에 나선다. 단기 현금보상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연동된 보상제도를 마련해 핵심 인력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직원 수가 20여명인 소규모 조직에 오너 일가 3명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보상 제도 도입이 직원에 대한 보상 보다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임직원은 현금 또는 RSU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RSU를 선택할 경우 일정 기간 요건을 충족한 뒤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교부받게 된다. RSU는 이달 10일 부여됐다. 자기주식 교부는 부여 시점으로부터 5년 후다. RSU는 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 근속이나 성과 달성 등 조건을 충족할 경우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주식 기반 보상 제도다.
AK홀딩스가 현재 보유한 자기주식은 20만2066주다. 회사는 이를 우선 활용해 RSU를 부여하고, 향후 최대 47만1934주까지 지급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유 물량을 초과하는 부분은 향후 신규 취득을 통해 충당할 방침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AK홀딩스의 직원 수는 기간제 근로자 1명을 제외하고 총 25명이다. 여기에는 일반 직원과 오너 등 임원진이 모두 포함된다. 만일 임직원 전원이 균등하게 받을 경우 1인당 평균 약 7772주를 받는다. 14일 종가(주당 8410원) 기준 약 6536만원이다. 다만 RSU는 전 임직원에게 일률적으로 부여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이번 RSU 도입을 핵심 인력의 장기 근속과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을 감안하면, 장기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 당장의 실적보다 5년 뒤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춘 보상 체계라는 점에서 임직원들에게 중장기 성과를 끌어올릴 실질적 동기를 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연결 기준 AK홀딩스는 매출 3조2379억원, 영업손실 14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1%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 등 주요 자회사들이 업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낸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1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애경케미칼은 매출 1조4523억원, 영업손실 102억원을 실현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11.5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RSU 도입 배경으로 장기 성과보상 체계 강화 외에도 자사주 활용에 대한 제도 변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어, 자사주를 단순 보유하거나 소각하기보다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깔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AK홀딩스 관계자는 "보유 자사주가 많지는 않지만, 임직원 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이번 RSU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달리 RSU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여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AK홀딩스가 소규모 지주사라는 점에서, 실제 부여 대상에 경영진과 대주주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AK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차남인 채동석 부회장은 최근 공동대표이사에 올랐고, 막내인 채승석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실장을 맡고 있다. 전체 임직원 26명 중 오너 일가가 3명인 셈이다. 이들이 보유한 AK홀딩스 지분은 각각 14.25%, 7.53%, 8.30%다.
이런 지배구조를 고려했을 때 RSU가 전 임직원에게 일률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은 향후 오너 일가나 고위 임원에게 지급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급 규모가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회사 기여도가 크다고 평가받는 경영진이 더 많은 RSU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단순 비율로 보면 전체 임직원 중 오너 일가를 포함한 고위 임원은 총 7명(사외이사 제외)이다. 이는 전체의 26.9%를 차지한다.
이번 제도가 사실상 임원의 장기 재직을 뒷받침하는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RSU의 실제 교부 기간은 5년 뒤인 2031년이지만, 현재 주요 임원들의 임기는 2027년 또는 2028년에 만료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RSU 도입은) 장기성과·재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AK홀딩스 측은 "RSU 부여 대상에 오너 일가가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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