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까지 '마진 압박' 경고등이 전이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고유가 및 고환율 환경이 조성되면서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탓이다. 유가와 환율의 동반 상승에 물류망 봉쇄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이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은 기본적으로 원가 변동을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유지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온라인 채널 모두 할인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 인상 여력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상태다. 식품·생필품 중심으로 가격 저항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류비 부담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 유가 상승뿐 아니라 해상 운임과 보험료 상승을 동반한다. 이는 유통업 원가 구조 전반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팬데믹 당시 해상 운임 급등으로 유통업체 영업이익률이 급격히 하락했던 사례가 다시 거론되는 배경이다.
리스크는 단일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개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수에즈 운하로 이어지는 핵심 항로까지 위협받고 있다. 실제 2023년 11월 홍해 봉쇄 당시 글로벌 선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운항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물류비가 3~5배 급등한 사례가 있다. 동일한 시나리오가 재현될 경우 비용 충격은 단기간에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업계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무료배송과 익일배송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사업 구조상 물류비 상승이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배송비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비용 증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식품업계는 원재료비 상승과 포장재 수급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질소 비료 수출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봉쇄 장기화에 따른 비료 가격 급등은 국제 곡물가 상승을 촉발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여기에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유가와 연동해 폭등하면서 라면 봉지, 페트병 등 필수 포장재의 원가 부담도 커졌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농기계 운영비와 국내외 물류비 가중까지 더해지며 가공식품 전반의 제조 원가가 임계점에 도달해 하반기 대규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유가 상승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밀을 중심으로 주요 농산물 투입 원가 상승이 우려되며 또한 알루미늄 포장재의 경우 미국의 상호 관세 영향으로 이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 확대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완충 장치도 존재한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이미 장기 운임 계약을 통해 물류비 변동성을 낮춰왔고 사전에 확보해둔 재고를 활용해 당장의 원가 상승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완충 장치는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의 문제일 뿐 비용 상승 압박이 손익에 본격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국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통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제한적이다. 원가부담 확대→마진 축소→가격 인상→소비 위축 흐름이 순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상 식품BU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환율, 유가, 물류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원료 수입 거래처 확대를 통한 공급사슬 다변화, 현지화 전략 강화 및 수출 시장 다변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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