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2026년 1분기 한국 자본시장에선 대형 거래(Big Deal)의 수임 여부가 각 하우스의 성적표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시장 전반의 거래 규모는 축소됐으나 케이뱅크와 DIG에어가스 등 조 단위 대어들을 선점한 하우스들은 부문별 왕좌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대형사로 물량이 쏠리면서 중소형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 IPO 케이뱅크 효과…NH투자증권 1위 탈환
기업공개(IPO) 시장은 연초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문을 열었으나 중복상장 논란과 대외 악재가 겹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어였다.
NH투자증권은 대표주관금액 3002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1분기 최대어인 케이뱅크를 비롯해 덕양에너젠과 인벤테라 등을 잇달아 증시에 입성시켰다. 케이뱅크 한 건으로 2490억원의 실적을 쌓은 삼성증권은 단숨에 2위를 차지했다. 단일 빅딜의 존재감이 리그테이블 순위를 뒤흔드는 전형적인 양상이 재현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주관금액 1161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NH와 삼성에 밀렸으나 주관 건수 측면에서는 5건을 달성하며 1위에 올랐다. 에스팀과 카나프테라퓨틱스 등 공모 구조가 복잡한 딜들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주관 역량을 입증했다. 반면 지난해 왕좌를 차지했던 KB증권은 1분기 주관 실적이 77억원에 그치며 6위로 밀려났다.
◆ 쪼그라든 유상증자…KB 중소형 딜로 선두
유상증자 시장은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조 단위는 물론 1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가 자취를 감추면서 전체 발행 규모는 3000억원을 밑도는 2893억원에 머물렀다.
시장 위축 속에서도 KB증권은 주관금액 55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대한광통신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한 성과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최대 규모였던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 유상증자를 공동 주관하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은 비보존제약 딜을 맡아 4위에 안착했다.
1분기는 중소형 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됐으나 2분기부터는 대격변이 예상된다. SKC가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 중이며 한화솔루션 역시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상위권 하우스들이 해당 딜에 대거 참여하고 있어 향후 순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DCM, 고금리 직격탄에도 KB 왕좌 수성
부채자본시장(DCM)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고금리 환경의 여파로 발행 규모가 급감했다. 1분기 일반회사채(SB) 발행 규모는 21조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발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KB증권은 4조518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1위를 지켰다. 한화그룹 계열사 물량을 대거 수임하고 CJ와 신세계그룹 딜을 전량 확보한 결과다. NH투자증권은 3조8573억원으로 KB증권을 바짝 추격했다. 특히 교보증권 딜을 단독 주관하며 대형 실적을 보탰다.
전통적인 강자들의 대결 속에서 키움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키움증권은 2조316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메리츠금융지주 등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며 빅4 체제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주요 대형 딜 참여에 실패하며 5위로 내려앉았다.
◆ M&A 재무자문…도이치 DIG에어가스 한 건으로 정상
인수합병(M&A) 재무자문 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공세가 거셌다. 도이치증권은 4조7116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1분기 최대 딜인 에어리퀴드의 DIG에어가스 인수를 단독 자문한 성과다. 단 한 건의 딜로 분기 전체 거래 규모의 20%를 점유했다.
JP모건은 DIG에어가스 매각 자문과 왈라팝 매각 주선 등을 통해 3조2594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2위를 차지했다. 국내 회계법인 중에서는 삼일PwC가 3조687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일PwC는 네이버의 왈라팝 인수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크린토피아 인수 등 17건의 딜을 성사시키며 압도적인 거래 건수를 자랑했다.
중하위권에서는 UBS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4위와 5위에 포진했다. 1분기 M&A 시장은 거래 건수는 줄었으나 대형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한 조 단위 빅딜이 판도를 결정짓는 양상을 보였다.
◆ M&A 법률 김앤장 독주…율촌·화우 약진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김앤장은 13조308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2위권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DIG에어가스 매각과 두산로보틱스 매각 등 대형 사업 재편 거래를 독식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번 분기 가장 큰 변화는 중상위권의 지각변동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사모펀드 딜 수임을 늘리며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네이버의 왈라팝 인수 등을 자문하며 9위에서 4위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체면을 구겼다. 전통적인 로펌 빅3 구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실무 역량과 특화 전문성을 앞세운 로펌들이 약진하며 시장 경쟁이 한층 심화하는 추세다.
◆ M&A 회계자문…안진·한영, 빅딜로 삼일·삼정 제쳐
회계자문 부문은 딜로이트안진이 삼일PwC와 삼정KPMG의 2강 체제를 깨고 정상을 탈환했다. 안진은 DIG에어가스 매각과 CJ피드앤케어 인수 자문 등을 맡아 6조225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EY한영은 6조2049억원의 실적으로 안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DIG에어가스 인수 측 자문을 수행한 성과가 컸다. 단일 메가딜의 영향력이 하우스 간 순위를 결정짓는 변수가 된 셈이다.
전통의 강자 삼일PwC는 6조1059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다만 수임 건수에서는 25건을 기록하며 여타 하우스를 압도하는 영업력을 보여줬다. 삼정KPMG는 2조7156억원으로 4위에 랭크됐다. 회계법인 숲은 디엠티 매각 자문 등을 통해 5위에 오르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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