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신세계그룹이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로 이름조차 생소한 미국 스타트업 리플렉션 AI(Reflection AI)와 손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기술력 확보를 넘어 미국 중심의 오픈소스(개방형) 인공지능(AI) 생태계에 편입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 AI가 이달 16일 체결한 협약 명칭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소버린 AI는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외부 의존도를 낮춘 독립적인 인공지능 체계를 의미한다.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신세계그룹이 구축할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에 리플렉션 AI의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직접 소유·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은 정부의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기조에 맞춰 공공기관과 기업이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리플렉션 AI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주도권을 갖는 소버린 인공지능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점으로 제시했다.
리플렉션 AI는 2024년 설립된 신생 미국기업으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구글 딥마인드 출신 연구진이 창업했고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으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신세계그룹이 이 회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건 기술력 자체보다 개방형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구도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업계 해석이 나온다.
현재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은 오픈AI·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폐쇄형 인공지능'과 모델을 공개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는 '개방형 인공지능'으로 나뉘어 경쟁하고 있다. 폐쇄형 인공지능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개방형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리플렉션 AI는 이 개방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미국 진영의 대응 축으로 평가된다. 실제 회사 측은 "최첨단 인공지능이 소수의 폐쇄형 연구소에 집중돼 있다"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프론티어급 개방형 인공지능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빅테크 중심의 폐쇄형 인공지능과 중국 중심의 저가·확산형 개방형 인공지능 사이에서 미국식 개방형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리플렉션 AI 창업진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프로젝트에서 보상 모델링을 담당했던 미샤 라스킨과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를 공동 개발한 이오아니스 안토노글루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작년에는 엔비디아(Nvidia)가 주도한 대규모 투자 라운드를 통해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단숨에 업계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연구소'로 도약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중국의 딥시크가 제한된 HBM(고대역폭 메모리) 용량 환경에서도 고성능 AI 모델을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미국 입장에선 개방형 AI 시장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에 미국 정부가 리플렉션 AI 주도 하에 전략적으로 시장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국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력 확보를 넘어 미국 중심의 개방형 AI 생태계에 편입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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