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1위 전력망 기업인 스웨덴 히타치에너지와 손을 잡으며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서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독자 기술 확보보다 우선 글로벌 기술을 앞세우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그룹 차원의 경영 기조도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초고압 변압기 강자로 통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교류송전(HVAC)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의 70%가량이 변압기, 고압차단기에서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확산,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이 수혜를 보면서 회사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수주액은 2023~2025년 5조2000억원, 5조5600억원, 6조2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9조8000억원에 달했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최강자로 통하지만 HVDC 사업에서는 추격자 위치에 있다. HVDC 사업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효성중공업과 전류형 HVDC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LS일렉트릭에 밀린다. 효성중공업은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서 쓰이는 전압형 HVDC 사업으로 양주변전소를 구축했다. LS일렉트릭은 '북당진-고덕', '동해안-수도권' 등 국내 대형 전류형 HVDC 프로젝트를 따내며 전류형 변압기(C-TR)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전류형 HVDC는 장거리·초대용량 송전에 강점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연계와 해저 송전에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LS일렉트릭은 GE와 협력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HVDC 사업에서 실적이 부족한 편이다.
전압형 HVDC는 출력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해저 케이블 환경에 최적화된 차세대 송전 기술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HVDC 사업에 국한하면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과 비교하면 HD현대일렉트릭이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이 HVDC 사업에 나섰을 때 HD현대일렉트릭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후발주자인 만큼 서해안에너지고속도로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히타치에너지와 손을 잡았다. 10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과 국산화 단계를 거치면 2027년~2030년 변환소·송전선로 건설 단계에서 사업 규모만 4조~5조원에 달한다. 향후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서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히타치는 독일 지멘스, 미국 GE와 함께 대용량 전압형 HVDC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3사 중에서도 히타치가 최강자로 평가된다. 히타치는 전 세계 70% 이상의 전압형 HVDC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 전압형 HVDC 사업인 완도-동제주 구간 시스템을 준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이 사업에서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했다. 2019년 히타치에너지코리아가 준공한 '제주-육지 연결 전압형 HVDC 시스템'에 변압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히타치와 손잡은 것은 HD현대그룹 차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영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부문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외사업 확대 과정에서 현지법인을 세우기보다 현지 유력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한화그룹이 한화필리조선소 인수로 현지에 직진출하며 미국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HD현대중공업은 뒤늦게 현지법인 설립을 고려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에 새로 증설 중인 변압기 공장을 HVDC 변압기 생산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공장 투자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히타치에너지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간 협력을 확대해 설계·제어·운영 전반의 HVDC 기술 역량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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