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1분기 보험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범 운영을 예고한 가운데, 사외이사 교체를 앞둔 교보생명이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할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어느 정도 구현되는지에 따라 모범관행이 선언적 가이드라인에 그칠지, 아니면 인사와 지배구조 관행 변화로 이어질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사외이사 5명 중 4명(지범하·문효은·김두철·이두봉)이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3명은 연임을 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외이사 최대 임기 6년 제한으로 1명은 연임이 불가능해 교체가 예정돼 있다.
올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가운데 사외이사 임기 제한으로 교체 인선을 진행해야 하는 곳은 교보생명을 포함해 미래에셋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3곳이다.
이번 인선이 특히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부터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외이사 지원조직 신설 ▲이사회 역량 구성표 마련 등 전문성과 다양성에 대한 체계적 관리 ▲사외이사 임기 관리 기준 명문화 ▲CEO 선임 전 과정에 걸친 종합적 승계 계획 수립 등이 포함됐다.
그간 교보생명은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들이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온 점에서 지배구조 측면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여성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해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금융·경영·재무·회계 분야에 전문성이 집중돼 있는 반면, 법률·디지털·ESG 분야에서는 역량 구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돼 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이사회는 장기 계약과 자산운용, 지급여력 관리 등 특성상 전통적으로 경영·금융 분야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며 "다만 규제 환경이 복잡해지고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이사회 차원의 전문성 다변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역시 이사회가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 만료로 연임이 제한된 지범하 사외이사의 교체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지 이사는 금융·경영·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로 리스크관리와 감사 기능을 담당해 왔다. 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존과 유사한 전문성의 인선이 반복될 경우, 모범관행이 요구하는 '이사회 역량 다양성'과는 거리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다른 영역의 전문성을 보강하는 인선이 이뤄질 경우, 이사회 재편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두봉 사외이사의 거취 역시 주목 대상이다. 이두봉 이사는 현재 교보생명 이사회에서 유일한 법률 전문가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검사장으로 승진한데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취임 뒤 대전지검으로 좌천된 이력 등은 부담이다. 교보생명으로서는 법률 전문성 유지라는 실익과 함께 불필요한 논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사외이사 인선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선언에 그칠지, 실제 인사와 이사회 구성 변화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대표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도 도입 초기 국면에서 교보생명의 선택이 향후 보험업계 전반의 이사회 구성 방향에 적잖은 시사점을 남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행 취지를 감안해 사외이사 인선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시행을 고려해 사외이사 인선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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