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인 수요 증가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스케일 경쟁'이 아닌 '효율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그룹이 향후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을 그룹 차원의 미션으로 삼겠다며 AI 인프라 병목 해소를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3일 최 회장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써밋 2025' 기조연설에서 "AI에 대한 수요는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질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2020년 2300억달러에서 올해 6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됐다. 향후 더욱 폭발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AI 수요 급증의 배경으로 ▲인퍼런싱(Inferencing) 본격화 ▲B2B AI 도입 확대 ▲에이전틱(Agentic) AI 등장 ▲국가 단위의 '소버린 AI(Sovereign AI)' 경쟁을 꼽으며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AI 투자의 주체로 뛰어들며 수요 폭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GPU, 메모리, 에너지 등 인프라 전반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으며 생산·공급 리드타임과 지정학적 제약이 겹쳐 심각한 불균형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행사에는 글로벌 AI 리더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참여했다. 올트먼 CEO는 "AI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이미 과학·의료·교육·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SK와 함께 차세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시작했다"며 "한국은 명확한 국가 비전과 세계적 기술 인재를 갖춘 AI 선도국으로 SK의 기술력은 한국의 AI 주권을 강화하고 글로벌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올트먼 CEO의 발언을 언급하며 "오픈AI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SK하이닉스에 월 90만장의 HBM을 요청했다. 이는 전 세계 전체 생산량의 두 배 수준"이라며 "AI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공급자 역시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GPU 성능이 아무리 높아도 메모리 밴드폭이 병목이 된다"며 "HBM 채널 수를 늘리며 메모리 공급이 전례 없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AI 인프라 경쟁의 해법으로 '효율성 중심의 전환'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적극적인 AI 활용 등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스케일 중심 경쟁은 비효율을 낳고 AI 자원 격차(AI divide)를 심화시킨다"며 "리소스가 적은 나라와 기업도 AI 혜택을 누릴 수 있으려면 효율적 솔루션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가 먼저 꼽은 것은 메모리 분야다. SK하이닉스는 청주 HBM 공장을 완공했으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용인 클러스터에는 청주급 규모의 팹 24개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는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최 회장은 "칩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설계 단계부터 효율을 높인 인프라 구조가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제시했다. SK는 지난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가산에 완공했으며 AWS와 협력해 울산에 1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를 2027년 가동할 예정이다. 오픈AI와는 포항 지역에서 '미래형 AI 데이터센터' 공동 구축도 추진 중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도 영상 메시지에서 "AI는 클라우드 이후 최대의 기술 전환점"이라며 "AWS와 SK가 함께 울산에서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는 고객 중심의 AI 혁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AWS Bedrock 기반의 맞춤형 생성형 AI 모델을 SK텔레콤 고객센터에 적용한 결과 KPI가 37% 향상되고 고객 만족도는 73% 개선됐다"며 "AI 인프라 구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실용성과 접근성의 문제이며 SK와 AWS의 협력은 AI 시대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AI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나의 스테이지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단계가 닥친다"며 "AI의 문제를 AI로 푸는 '제조 AI'로 전환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반도체 생산과 공정 자동화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해 효율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SK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SK하이닉스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한 자율형 공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오토노머스 팩토리(Autonomous Factory)'로 발전시켜 제조 AI 생태계 확산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끝으로 최 회장은 "우리는 파트너와 경쟁하지 않는다. 함께 설계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SK의 원칙"이라며 "국내 기업, 글로벌 기술사, 스타트업, 정부와의 개방형 협력으로 최고 효율의 AI 솔루션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더 이상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효율의 경쟁"이라며 "SK는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을 만들어 인류 전체가 AI의 혜택을 공유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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