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에코프로가 자회사를 통해 7000억원 규모 주가수익스와프(PRS) 발행에 나선 배경에는 신용등급 강등이 자리한다. 유효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떨어지며 채권 조달 여건이 어려워지자 결국 자본성 조달까지 창구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 주가 흐름과 연동되는 상품으로 조달에 나서지만 현재 주가가 이미 고평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내달 5일 이사회에서 7000억원 규모 PRS 발행을 의결할 예정으로 주관사단으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참여한다. 만기는 2년으로 투자자에게 약 5.85% 수준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PRS는 자회사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만기 시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는 구조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기업이 손실을 보전한다.
에코프로가 PRS를 선택한 배경에는 악화된 재무여건이 있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에코프로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에코프로비엠을 A에서 A-로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지만 여전히 A0를 유지해 두 기관 간 이례적으로 2노치 이상 격차가 발생했다. 다만 실제 조달 금리 산정에는 최근 평정받은 2개의 등급 중 낮은 쪽인 BBB+가 유효등급 기준으로 적용된다.
실제 조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28일 14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공모채 발행에 이어 소규모 발행 임에서도 사모 시장을 찾는 것은 산업 전반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재무상태에 관해서도 투자자들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금리는 연 5.3%로 이번 PRS 수수료율과 유사했다. 앞서 올 2월 공모채 발행에서는 목표액만 간신히 채우고 증액에는 실패했다. 전방 수요 둔화,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정책 변수가 겹쳐 채권시장 접근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조달 자금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에코프로그룹은 QMB, 메이밍, ESG, 그린에코니켈 등 4곳의 현지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집행했고, 일부는 연결 실적에 반영돼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사업의 자금 소요가 워낙 커서 이번 PRS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규모 제련소 건설과 추가 지분 투자로 현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어, 계열사 지원을 위해 또 다른 조달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추후 유상증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모채·회사채 등 전통적 조달수단 병행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에코프로가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도 검토했다"며 "금융감독원장 교체 후 첫 중점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선회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투자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결국 추후에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PRS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를 기초로 한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전망에 대해서도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2027년, 2028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70배, 41.1배 수준으로 전 세계 2차전지 셀·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 중 가장 높다"며 "미국 ESS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 시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일본 경쟁사 대비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반영된 프리미엄을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법안 시행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10월부터 조기 종료될 예정이고,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국내 업체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회계 처리 리스크도 변수다. 최근 회계기준원이 "주식 가치 변동 위험을 기업이 여전히 보유한다면 금융사는 이를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PRS가 차입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PRS 조달 이후 에코프로 역시 재무제표상 일부를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 경우, 재무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에코프로가 발행한 회사채에는 별도기준 부채비율 300% 이하, 연결기준 400% 이하 등 트리거 조항도 부여돼 있다. IB 관계자는 "조달여건 악화 속에서 회계상 부채 부담 없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PRS 발행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에코프로비엠 주가 흐름이 회사 재무안정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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