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KB증권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부서가 지난달 중순 수임한 부실채권(NPL)펀드를 미래에셋증권에 이관한다. 계약 당시에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KB금융그룹 계열사 자산이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내부통제 기준에 따라 선제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조치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날 '한국투자리얼에셋저축은행정상화지원일반사모투자신탁 3호'를 미래에셋증권에 이관할 예정이다. 해당 펀드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업계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조성한 정상화 펀드 중 하나로, 3733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운용은 한국투자저축은행 계열사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맡고 있다.
통상 NPL펀드는 부실채권을 자산으로 편입하기 때문에 운용의 난도를 고려해 수수료가 다소 높게 책정된다. '한국투자리얼에셋저축은행정상화지원일반사모투자신탁 3호' 역시 다수의 수탁업자 간 경쟁 끝에 KB증권이 계약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탁 이후 내부 검토 과정에서 약 40억원 규모의 KB저축은행 대출채권이 편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계열사 대출자산이 수탁자산에 포함됨에 따른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고, KB증권은 수탁 계약을 해지한 뒤 해당 물량을 미래에셋증권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업계에서 대형 펀드를 수임한 직후 이관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특히 NPL펀드처럼 장기적인 수수료 수익이 기대되는 상품의 경우 내부 자산 일부를 교체하거나 별도 소명 절차를 거쳐 계약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부실채권이 혼재된 NPL 펀드는 사전에 자산 구성을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수탁자로 계약을 맺고 나서야 세부 자산을 열람하고 계열 자산도 들어있다는 내용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KB증권의 이관조치는 선제적 수탁자 책임 이행 사례로 보인다. 법적 위반 소지는 없지만 실무 관행상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는 이관을 택한 수순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는 일반적으로 자기 또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제한받는다.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가 시장가격 또는 제3자의 평가 등 공정한 조건이거나 투자자 보호에 위배되지 않을 시 조건부로 허용되는 구조다.
반면 수탁업자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직접적인 제한을 둔 규정은 없다. 다만 신탁업자 내부통제기준과 신탁업무 모범규준 등에 따라 엄격한 독립성과 이해상충 회피 요구가 있다. 수탁자 입장에선 '계열사의 부실자산을 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립성 및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PBS 입장에선 공들인 계약을 포기하는 셈이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계열사 자산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선제적 이관이 불가피했다"며 "투자자 신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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