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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신탁사
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2024.12.27 09:50:32
부동산 호황기 황금알 낳는 거위, 현금 갉아먹는 골칫거리 전락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딜사이트 이동훈기자

[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다사다난한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침체가 수년간 지속하면서 이미 자본력이 열위한 시행사는 수도없이 무너졌고, 건설사 역시 대형사를 제외하곤 아슬아슬한 생존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올들어 신탁업계에도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탁사는 부동산 시장 내 나름 안전한 포지션에서 수수료 장사만 한다고 생각했으나, 부동산 침체의 파도를 혼자 피해갈 순 없었다. 문제는 한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까지 신탁사의 비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신탁사들 중 많게는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호황기 때와 비교하면 같은 숫자에서 흑자와 적자가 마치 뒤바뀐 모습이다.


다수의 신탁사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수년 전 부동산 호황기 때 신탁사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2018년 부동산신탁업 3곳의 신규인가 당시 12개의 회사가 몰렸을 정도로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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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오기 전 신탁사들의 영업이익률도 엄청났다. 제조업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수준인 영업이익률 50% 이상이 수두룩했다. 당시 신탁사를 가지지 못했던 금융사, 운용사, 조합들이 군침을 흘리며 탐냈던 것도 이해는 간다.


지금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되돌아보면 그 당시 신규인가 획득에 고배를 마신 회사들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건설사들도 최근 몇 년간 영업정지를 당했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신규 프로젝트를 하지 못한 곳이 오히려 재무적으로 튼튼해진 역설적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신탁사마다 처지가 다르지만, 일명 '쩐주'인 금융지주사나 대형시행사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지 않은 신탁사는 상황이 매우 어렵다. 일부 신탁사는 경영개선이 힘들다고 판단해 현재 매각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뒷배를 가진 신탁사의 마음이 마냥 편할 상황도 아니다. 최근 예상치 못한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마치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듯이 꾸준히 모회사에서 자금을 수혈하고 있어서다. 이미 몇 년치 순이익을 넘어설 만큼 증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회사로 있는 신탁사 입장에선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불과 2년 만에 신탁사는 그룹에서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신탁사의 위기를 불러온 건 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책준신탁) 사업장의 무리한 확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책준신탁 사업장이 많은 신탁사들 대부분 지난해부터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이 역시 따져본다면 시공사에 엄격히 적용되는 책임준공 조항 등 사업장 부실을 불러일으킬 여러가지 요인으로 지적되지만 결국은 부동산 경기 한파가 진원지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사업장의 낮은 분양률은 결국 건설사의 부실 혹은 준공지연으로 이어졌고, 이는 책임준공을 확약한 신탁사의 재무부담으로 연결됐다. 이에 신탁사의 자체 자금 투입 규모가 커졌고,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손실로 반영됐다.


대부분의 신탁사들은 현재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비용을 통제하고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룹 내 재무전문가들도 신탁사의 경영에 더욱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당장 신탁사의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 신탁사의 어려움은 부동산시장 침체 상황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탁사의 위기는 부동산 업계 전반에 큰 교훈을 줬다.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거나, 구조적 취약성을 방치한 채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이다. 예고된 위기는 운으로 피해갈 수 없다.


올해 초 다양한 부동산 업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올해만 버티면 좀 나아지겠죠"라는 말이 인사말처럼 나오곤 했다. 연말에도 신탁사 실적이 더욱 어려워진 것을 보니 내년도 같은 인사말을 1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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