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LG그룹이 2025년도 정기인사에서 LG유플러스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재신임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기대를 모았던 부회상 승진은 없었지만 내년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해 기존 CEO들을 대거 유임하며 궤도에 오른 신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LG는 '도전적 목표'를 세워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높일 것을 강조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 지난해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만큼 올해에는 안정에 초점을 두면서도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중심으로 한 '미래 준비' 가속화에는 힘을 줬다.
LG그룹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도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LG그룹 승진자는 사장 2명 등 총 121명이다. LG는 미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온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김영락 부사장과 LG CNS CEO 현신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켰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모두 유임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 현신균 LG CNS 부사장은 2027년 3월까지다. 유일하게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홍범식 LG경영전략부문장으로 교체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계열사를 조율하면서 그룹의 미래사업인 'ABC'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권봉석 부회장을 유임하면서 사업 연속성에 힘을 실었다. 가전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AI, 플랫폼, 기업 간 거래(B2B) 등으로 다각화한 조주완 사장도 유임됐다. 가전 구독, TV 콘텐츠 서비스 등 신사업에서 연 1조원 넘는 매출을 내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조 사장은 일부 부회장 승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승진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차기 부회장 승진에 가장 유력한 후보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를 ABC 분야에서 발탁했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1980년대생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신규 임원 21명을 포함해 그룹 연구개발 임원 수는 218명으로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또 글로벌 경쟁 격화에 따른 특허 관리 체계 구축과 특허 조직 역할 강화를 위해 특허 전문가 2명의 승진 인사도 진행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LG전자는 이날 사장 1명, 부사장 4명, 전무 8명, 상무 29명 등 총 42명(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1명 포함)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가전구독 사업모델로 경쟁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아 김영락 한국영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전자 중장기 전략인 '2030 미래비전'에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조직 재편을 결정했다. 제품 단위로 나눈 사업본부 체제를 넘어 사업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강화, 기업간거래(B2B) 사업 가속화, 신성장동력 확보 등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재편했다.
LG유플러스는 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단행, LG 경영전략부문장인 홍범식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홍 사장은 2022년부터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AI 경쟁에서 LG유플러스가 우위를 점하고 AX(AI 전환) 컴퍼니로 도약하는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를 감안해 부사장 1명, 전무 2명, 상무 신규선임 10명 등 총 14명으로 승진폭이 줄었다. 지난해 24명(부사장 1명, 전무 4명, 상무급 19명) 승진자를 배출한 것 대비 대폭 감소했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대비 줄어든 총 121명(지난해 139명)이다. 이 중 신규 임원은 86명(지난해 99명), 신규 임원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와 같은 49세다. LG는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임원 조직을 슬림화 해 구조적 경쟁력 강화의 기반을 구축했다. 여성 및 젊은 인재 발탁과 외부 영입 통해 리더십 다양성과 역동성도 강화했다.
이번 인사에서 고객가치, 영업, 재무, 마케팅, 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임원 7명을 신규 선임했다. LG 내 여성 임원 수는 2018년 29명에서 역대 최다인 65명으로 늘었다. 또 LG 내 80년대생 임원 수는 모두 17명으로 5년간 3배 증가했다. 이는 경쟁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성장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 그룹 내 변화의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LG는 올해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 10명도 영입했다. LG 내 각 분야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LG화학은 북미 외교 전문가로 꼽히는 고윤주 전 제주특별자치도 국제관계대사를 영입하며 지경학적 리스크 대응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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