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SK가 그룹의 상징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몸집부터 줄이면서 그동안 SK의 경영 방식인 '따로 또 같이'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펙스는 해당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주요 관계사들이 체결한 상호협력방안에 기반해 그룹의 공식적인 최고 협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경영 방식이 '방목경영'을 불러일으켰고, 계열사간 자율 경영이 중복투자를 불러오면서 그룹 전체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SK는 이번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 'SKMS(SK Management System)'의 기본 정신을 되새기고 방만하고 자율적인 경영에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인 '질적 성장 경영', '내실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28일부터 1박 2일 동안 경기도 SKMS연구소에서 2024년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기업의 투자 방향과 운영방향 등을 논의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도출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펙스(SUPEX)는 '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 고 최종현 SK선대 회장이 만든 경영 방식이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어디일지'를 생각한 후,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수퍼 엑설런트한 사람이 이 업무를 맡는다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렇게 예상된 값을 수펙스 기준이라고 하고 "그럼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이유를 찾는다. 대부분의 이유가 고착화된 개념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해결 방식을 찾는 방식이다.
이번 경영전략회의도 이러한 몰입과 토론으로 SK의 위기 극복을 해결하는 방안을 도출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SKMS는 최종현 선대회장이 지난 1979년 처음 정립했으며 지난 45년간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을 거듭하며 고도화되고 있는 SK 경영의 근간이다. SK 기업의 핵심가치인 '따로 또 같이'라는 고유철학과도 상통한다.
하지만 이렇게 그룹을 성장시켜온 SKMS가 최근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도 각사가 별도로 나서면서 사업 영역 중복 현상이 과하게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계열사들이 수소, 전기차, 폐플라스틱 등에 집중 됐지만 SK 특유의 계열사간 자율 경영 체제를 의미하는 '따로 또 같이' 문화로 인해 중복 투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SK가스와 SK E&S는 LNG 사업에서 경쟁 중이다. 국내 1위 LPG 기업인 SK가스는 오는 9월부터 LPG·LNG 복합발전소인 '울산 GPS' 상업 가동에 들어감으로써 LNG 발전사업자로 거듭난다. SK E&S는 국내 1위 민간 LNG 발전사업자와 경쟁을 벌인다. SK머티리얼즈와 SKC는 나란히 음극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케미칼과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플라스틱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도 SK에너지, SK렌터카, SK E&S, SK시그넷 등이 경쟁 중이다.
무리하게 투자를 늘려 인수합병을 진행하다보니 SK 계열사 수는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보면 2014년 80개, 2018년 101개, 2020년 125개, 올해 219개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최근 5년 새 SK리츠, SK바이오팜, SK온, SK엔무브, SK쉴더스, SK브로드밴드, SK E&S, SK에코플랜트, SK네트웍스, SKC,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형 기업들이 인수 합병되거나 상장했다.
업계에서는 사업 구조조정 대상이 될 만한 계열사는 10개 안팎으로 보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SK렌터카, SK어드밴스드(석유화학), SK스페셜티(특수가스), SK T&I(트레이딩), SK엔텀(탱크터미널), SK일렉링크(전기차 충전) 등이다.
국내외 자회사수도 700개에 달한다. SK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국내외 연결 자회사 수는 총 698개로 지난해 말 716개 대비 18개 감소했다. 2018년 260개였던 SK그룹 내 자회사 수는 2020년 325개, 2021년 454개, 2022년 572개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700개를 돌파하는 등 5년 만에 456개나 늘었다.
최창원 수펙스 의장은 이러한 SK그룹의 상황을 보고 '원칙 없는 사업 확장'으로 인해 중복 투자와 손실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경영진에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장은 "SK가 언젠가부터 SKMS 기본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며 "다시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SK그룹의 핵심 조직인 수펙스의 조직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펙스 소속 임원은 총 21명으로 파견된 임원까지 더하면 200여명에 달한다. 최근 100명대 후반대로 몸집을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도 느슨해진 그룹 내 문화를 바로잡고 SKMS 정신으로 재무장하자는 메시지가 강조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경영시스템을 정립한 이후 40년 이상 SK를 이끌어 온 '방목경영'에 대해 새로운 경영 화두와 시스템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SK가 국가기간산업인 정유와 이동통신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왔지만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며 "SK하이닉스를 인수 이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또다른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지면서 SK를 살릴 새로운 경영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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