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온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넘어 SK그룹의 재무 위기를 야기한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내년엔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자와 법인세 등이 연간 5000억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시설 증대에 따라 고정비 부담 역시 큰 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현실화될 경우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SK온의 올해 1분기 미국 공장 가동률은 약 11%에 불과했다. 이 기간 집계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금액(385억원)을 역산해 도출한 수치다. SK온은 전체 가동률만 공시하고 있다.
SK온의 분기별 AMPC 금액은 지난해 1분기 472억원을 기록한 후 2분기 1198억원, 3분기 2099억원, 4분기 240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1분기 급락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작년 4분기 재고 비축을 위해 구매를 크게 늘린 데 따른 역기저 효과 때문이었다는 것이 시장의 전언이다. 이에 SK온이 수령할 AMPC가 올해 2분기 800억~9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겠지만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SK온이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22기가와트시(GWh)인 SK온의 미국 생산 능력은 내년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35GWh), 포드와 합작해 짓고 있는 블루오벌SK(127GWh)가 완공되면 무려 162GWh 급증한 184GWh가 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이를 성장 동력이 아닌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SK온의 경우 올해 1분기만 해도 미국 생산 능력이 22GWh인데 가동률은 11% 수준에 그쳤다"면서 "내년 대거 들어서는 신규 설비 또한 제대로 못 돌아갈 경우 분기에 4000억~5000억원씩 고정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 바이든(민주당) 정부 하에서도 신규 시설이 제대로 가동할지 의문인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공화당)이 재집권한다면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고 부연했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의 당선은 그동안 IRA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왔던 'K-배터리'의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트럼프 후보는 당선된다면 취임날 즉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참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 20%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 일각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온의 생산 능력 증대는 주요 고객사인 포드의 행보와 엇박자라는 점에서도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포드 경우 전기차가 생각보다 안 팔리자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는 전기차 사업에서 약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다. 대표 차종이자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 판매량이 지난 4월 2509대로 전년 동월 대비 95.7% 증가했지만, 지난해 주당 생산량이 평균 3200대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회복세로 보긴 힘들다.
이에 당초 계획했던 120억달러(약 16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지난해 연기했고, 5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었던 3열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출시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이에 대해 시장 관계자는 "SK온의 포드향 물량을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외 SK온의 또 다른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 전반이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로 선회하고, 전기차 투자의 규모는 줄이는 분위기다. SK온이 연내 고객사 신차 출시에 힘입어 '반짝 흑자'를 시현할 가능성이 있지만 흑자 기조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편 시장에서는 SK온의 미국 신공장, 특히 블루오벌SK 경우 내년 완공돼도 '개점 휴업'에 내몰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 되면 수익 개선이 요원해질 뿐만 아니라 재무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26년 미국 나스닥 입성이 목표인데 물거품 될 경우 1차 프리IPO로 조달한 3조원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2차 프리IPO 자금까지 모조리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온은 내년 우호적 업황에 대한 기대는 변함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드향 물량 감소가 실체적인 우려 요인이라면 블루오벌SK 공장 가동을 보류했을 것"이라며 "그런 시그널은 아직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더라도 생산 능력이 단숨에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램프업(생산량 확대)을 통해 점진적으로 올라오는 만큼 (공급 과잉을) 우려하진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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