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2021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온 프레시지가 해당 종속회사들의 영업권을 모두 손상차손했다. 실적 악화 및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영업권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과정에서 그 회사의 순자산 가치보다 더 지급한 일종의 '웃돈'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프레시지가 무리한 M&A에 더해 실적 하락으로 곳간을 텅텅 비어낸 만큼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설립된 프레시지는 국내 밀키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가족 및 1인 가구의 증가로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2018년 218억원이던 매출액도 2021년 1993억원으로 연평균 109%씩 증가했다.
시장에 자리를 잡은 프레시지는 2021년부터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외형 성장과 함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처를 다각화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매출의 대부분이 기업 간 거래(B2B)에서 발생되는 사업구조를 변경해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외형 성장과 달리 설립 이후 적자만 내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에 2021년 라인물류시스템(지분율 72.48%)을 시작으로 2022년 ▲닥터키친(100%) ▲허닭(100%) ▲테이스티나인(100%)를 사들였다. 이들 회사 매입에 들인 돈만 2471억원(현금+자사주식)에 달했다. 또한 4개 기업의 순자산가치는 403억원에 불과했지만 2068억원의 웃돈(영업권)을 얹어 품에 안았다. 이 덕분에 프레시지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65.8%(1993억원→5298억원) 급증했다.
문제는 인수회사들이 프레시지의 수익성에 도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M&A를 마친 직후인 2022년에 프레시지는 11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손실이 529억원이었던 만큼 109%나 적자가 확대됐다. 인수 회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라인물류시스템 92억원 ▲닥터키친 50억원 ▲허닭 42억원 ▲테이스티나인 131억원이었다.
이에 프레시지는 2022년 711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또한 같은 해 305억원의 영업권을 상각 처리했다. 상각비용의 경우 회계상 영업비용인 인수가격배분(PPA) 상각으로 추정된다. PPA는 영업권 가운데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전환한 뒤 감가기간에 맞춰 상각하는 것으로 영업이익에서 차감된다.
나아가 2023년에도 프레시지와 자회사의 실적이 하락하며 잔여 영업권 1072억원을 손상차손 820억원, PPA 상각 252억원으로 모두 처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프레시지의 영업권은 '0원'으로 계상됐다. 통상적으로 인수한 기업이 적자경영으로 인해 향후 현금흐름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그만큼 영업권에 손상차손을 반영한다. 즉 프레시지는 자회사들의 사업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6% 줄었고 영업손실은 999억원에 달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무리한 인수합병이 프레시지의 유동성 부담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레시지는 2021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구주 일부와 신주를 인수하며 약 3000억원을 투자한 덕분에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1080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지난해 말 플러스(+) 131억원으로 전환됐다.
시장 관계자는 "프레시지와 자회사의 실적 악화일로 탓에 현금이 줄곧 줄어들고 있다"며 "프레시지가 올해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동성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프레시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재무적인 평가가치와 실질가치에는 차이가 발생되며 경쟁, 경영권프리미엄 등의 요인으로 인수금액이 커진다"며 "프레시지는 인수한 회사의 제품과 그 제품을 운영하는 내부 시스템간의 시너지를 중요한 가치로 평가했으며 단순히 재무적 가치를 넘어서는 무형의 가치를 더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의 특성이 다를 뿐 시장 환경과 회사의 방향성은 동일하다"며 "허닭의 경우 닭가슴살 외에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 중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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