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고체발사체 기술이 이전처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ADD가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 이전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현재까지 이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현대로템도 검토 중이지만 고체 추진 분야 기술·인프라가 없어 수천억원의 추가 시설 투자가 불가피해 사실상 인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기술이전 계약금과 로얄티 등이 기업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ADD가 공언해온 '민간 주도 고체발사체 시대'가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ADD는 2021년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 민간 기술이전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국방부는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을 통해 확보된 고체발사체 기술을 관련 절차를 거쳐 민간에 기술이전할 예정"이라며 "민간기업 주도로 고체발사체의 제작 및 위성 발사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2년 3월에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첫 시험발사에도 성공했다. 대형 고체 추진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기술 검증이 모두 이뤄졌다. 그러나 공식 발표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술 이전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ADD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 이전을 타진했으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현재까지 이를 인수한 업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DD가 고체 추진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현실적인 이전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양측 간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ADD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ADD가 개발한 기술을 받아갈 만한 역량을 갖춘 국내 업체가 사실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없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거절하면서 사실상 이전처가 없어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법 제31조는 각군 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방위산업기술을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을 얻어 국내 관련 업체에 유상 또는 무상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DD의 고체발사체 기술 역시 이 절차에 따라 민간 이전이 추진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해당 기술을 국외 수출할 경우 수출가의 1%를 기술료로 납부해야 한다. 방산 수출이 통상 조 단위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료만으로도 100억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 이전 계약 구조가 기업 입장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술이전 계약 시 선급으로 납부해야 하는 계약금 규모가 상당한 데다, 계약 이후에도 ADD 개발진의 컨설팅·자문 비용이 별도로 붙는다.
ADD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한 방산업체 대표는 "해당 기술을 쓰는 한 매출의 2%를 매년 증빙 서류와 함께 납부해야 한다"며 "매출이 클수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산 수출에서 이 구조가 특히 부담스러운 이유가 있다. 민수 기업과 달리 방산 기업은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별도의 제품을 개발해 기술료 부담을 우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이 요구하는 규격과 성능 기준이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공개되는 방산 수출 수주 규모가 곧 매출로 잡히고, 그 매출의 2%가 고스란히 기술료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체 발사체 관련 시설에 누적 5000억원가량을 자체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 유도탄과 고체 발사체는 핵심 추진 기술이 동일한 계열인 만큼, 사실상 같은 기반 위에서 이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이미 보유한 기술 기반 위에 선급 계약금과 매출 연동 기술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계약 구조가 거절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ADD가 차기 이전 대상으로 방산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현대로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체 추진 분야 기술·인프라가 없는 현대로템으로서는 기술 이전을 받더라도 수천억원의 추가 시설 투자가 불가피한 만큼, 사실상 인수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DD에 현대로템과의 접촉 여부를 묻자 "해당 내용에 대한 답변이 제한된다"고 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약 구조 개선 없이는 기술 이전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우주항공 전문가는 "초기 계약금을 최소화하고 매출 발생 시 0.5~1% 수준의 기술료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야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며 "발사체는 발사 단가가 크기 때문에 기술료율을 낮추더라도 연구자 개인이 받는 수익은 결코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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