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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배당기업?" 밸류업 실적주의 민낯
이세정 기자
2026.04.21 08:31:09
부칙 개정 근거로 억지 공시 유도…당국 압박에 기업들 "넌센스" 하소연
이 기사는 2026년 04월 20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 시각물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부가 올해 선정한 '고배당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일부 상장사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고배당기업 요건에 미달한다는 내부 검토 결과와 달리, 정부가 사실상 고배당기업 타이틀을 억지로 쥐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에 공식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내용을 공시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시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의도적인 '고배당 끼워 맞추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기업공시채널 KIND(카인드)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배당기업으로 분류된 상장사는 총 535개사다. 세부적으로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는 257개사이며, 코스닥 상장사는 278개사다.


표면적으로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정부가 공격적으로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주가 부양의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배당기업의 경우 주주들이 상당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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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기업 주주는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과세 대신 낮은 세율의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기존에는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까지 모두 합산해 최대 45%의 종합과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배당소득 기준 ▲2000만원까지 14% ▲2000만~3억원은 20% ▲3억~50억원은 25% ▲50억원 초과분은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컨대 고배당기업에서 3000만원, 일반기업에서 3000만원의 배당을 각각 받으면 고배당기업 배당에는 20%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반기업 배당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적용 받는다. 동일한 액수의 배당금을 수령하더라도 고배당기업 여부에 따라 세금 부담이 2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의 경우 배당소득이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배당기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2025년 배당소득이 2024년보다 축소된 A기업 관계자는 "고배당기업 요건에 미달하는 만큼 공시를 주저했지만, 거래소에서 고배당기업 공시를 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귀띔했다. B기업 관계자 역시 "지난해 업황 악화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환원 규모 역시 줄어든 상황인 터라 고배당기업이라는 수식어가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기형적인 현상은 정부가 공시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고배당기업 판정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준 '부칙'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부칙은 '2025년 12월31일이 속하는 과세연도에 발생한 배당소득은 제104조의27제1항제3호의 개정규정에도 직전 사업연도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의 배당성향 및 이익배당금액을 기준으로 해당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에 한해서 직전 사업연도가 아닌 '해당 사업연도' 실적만으로 고배당 지위를 인정해주는 행정적 우회로를 열어줬다.


거래소가 직접 나서 상장사들의 고배당기업 공시를 독려하고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주주들이 고배당기업 지정에 따른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별도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업들은 주주들이 고배당기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령이 정해져 있다. C기업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고배당기업 기준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뒀다"며 "2024년 배당 소득을 직전 사업연도(2023년)가 아닌, 2024년과 비교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단기적으로 고배당기업이 많아졌지만, 사실과는 다른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일부 기업의 경우 고배당기업 요건 충족에 따른 분리과세 이익보다 더 큰 혜택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억울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D기업 관계자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는 감액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비과세를 실시하고 있다"며 "굳이 고배당기업 지정이 아니더라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기업 관계자 역시 "정부의 일률적인 고배당기업 지정이 오히려 기업이 전개 중인 다양한 주주환원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거래소는 올해가 배당소득 과세특례 시행 첫 해인 만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준비 기간이 부족한 상장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배당기업을 대상으로 약식 공시를 허용한 상태다. 고배당기업은 내년부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모든 내용을 기재한 완결성 있는 공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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