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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신협…운용업 줄여 모험자본 퇴화
김규희 기자
2026.04.17 08:10:16
CIO 폐지 등 투자 조직 슬림화, 생산적금융 기치 역행…전문성 퇴보·시장소외 우려
이 기사는 2026년 04월 16일 15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협중앙회 사옥 전경(사진=신협중앙회 제공)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신협중앙회가 고영철 신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자산운용의 핵심인 자금운용부문을 본부급으로 격하하고 컨트롤타워인 부문장(CIO) 직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B나 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그룹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자산운용과 기업투자은행(CIB) 부문을 강화하는 흐름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시장은 첨단산업 패권전쟁의 후방 지원자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를 따르고 있지만 신협은 정반대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전임 체제의 흔적을 정리하려는 정무적 의도로 풀이되지만 자산운용의 전문성 퇴보가 결국 신협의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협은 자금운용부문 산하에 있던 5개 본부를 3개로 재편했고, 구체적으로 유가증권운용본부는 유지하되 투자금융본부가 연계대출본부를 흡수 통합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 사후 관리를 전담하던 신용관리본부는 자금기획본부 산하 팀 체제로 축소 편입했는데 전체적으로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협은 준법지원부문장과 리스크관리부문장(CRO)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CCO) 등 법적으로 필수적인 3개 직제를 제외한 6개의 부문장 자리를 정리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이 고영철 회장 취임 직후 단행된 첫 번째 대규모 인사와 맞물린 점에 주목한다. 단순히 직제만 줄인 것이 아니라 기존 운용 부문의 핵심 인력들을 재배치하고 40대 본부장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인적 쇄신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전임 체제에서 확대되었던 대체투자 조직의 위상을 조정하고 새로운 리더십 아래 전략을 재편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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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의 구조개편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는 대조를 이룬다. 현재 정부는 첨단산업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한 민간 투자 확대를 강력히 독려하고 있다. 정책자금 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권에서도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기치를 세우고 정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형 KB‧신한 등 금융지주들은 CIB 부문을 강화하고 대체투자 전문 인력을 확충하며 시장 전문성을 높이는 중이다. 반면 자산규모 150조원의 신협은 전문적인 CIO 체제를 포기하고 실무 중심의 본부 체제로 회귀하며 사실상 투자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금융본부의 변화는 향후 신협의 자금운용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된다. 대체투자의 최전선에 있던 투자금융본부가 연계대출본부를 흡수하면서 조직의 성격은 관리 중심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본부장급 인사가 외부 기관투자가(LP)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딜을 발굴해왔으나 이번 개편으로 사실상 실무 팀장급이 네트워킹을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문장과 본부장이라는 이중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외부 시장과의 소통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신협의 인력 부족에 따른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직 통폐합으로 팀장급이 본부장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 구조가 되었으나 정작 시장과 소통할 실무 인력은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회 내부적으로 대외 네트워킹 활동 제약이 강화되면서 시장과의 접점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쟁 LP들이 현장에서 발 빠르게 우량 딜을 선점할 때 신협은 내부 관리와 보고 절차에 묶여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IB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며 민간 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에서 신협의 이번 개편은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다"며 "자금운용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 팀 단위의 파편적 투자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산 규모에 비해 운용 실무 인력이 부족해진 게 문제"라며 "본부장급 인맥이 사라진 자리를 실무진이 메워야 하는데 업무 부담이 늘어 새로운 거래 발굴이나 리스크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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